골골이 내리뻗는 산맥은
늙은 호랑이 등줄기 무늬 같지만
밀양 얼음골 뿜어내는 냉기는
오랜 세월이 할퀸 아픔이다
누가 내 상처를 저기에 새겨 놓았나!
보는 눈이 시려와 더는 볼 수 없음이
또 다른 아픔인가
넘어온 만큼 넘어가는 구름은
언제 저 깊은 상처를 메워줄까
수술로 갈라놓은 허벅지
살점 패인 시커먼 상처를
억새는 언제쯤 흰 연고 발라줄까
◇이병욱= 2009년 문학공간 시 신인상. 2011년 문장 수필등단. 수성구 문인협회 직전회장/ 대구문인협회 이사. 문장작가회 이사 부회장 역임. 에세이집으로 이병욱 가라사대외 다수가 있음.
<해설> 아마도 시인이 쓴 이 시의 모티브 혹은 배경을 유추해보면 밀양 얼음골에서 언양으로 넘어가는 굽은 길모퉁일 것이다. 제법 그럴싸하게 자리 잡은 포장마차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멈춰 세우고 잠시 쉬어 가게는 하겠지만 큰 안목으로 본다면 본래의 경치에 상처를 만든 건 아닐까. 시인은 지금 자신이 호랑이 등을 닮은 산맥의 입장에서 자연 파괴의 안타까움을 우회적 언술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나 넘어오고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걸린 구름을 치유의 연고 즉 구름이 비를 뿌려 줌으로 해서 무성해진 억새가 인간들이 파헤친 자연을 활짝 핀 꽃으로 메워주면 좋겠다는 어떤 소망이 매우 정겹게 느껴지는 친환경 시로 읽힌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