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형법상 자수
[생활법률] 형법상 자수
  • 승인 2024.01.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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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형법 제52조(자수, 자복)는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형법에서의 ‘자수’란 범인이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하고, 자수한 범인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는 범인에게 개전을 장려하고 범죄수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 때문이다. 비교되는 개념으로 자백이란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자신이 행한 범죄사실의 일부나 전부를 진술하고 인정한 것’이다. 자수는 처벌에 있어 독립된 감면사유이지만, 자백은 양형참작사유가 될 뿐이다.

자수의 핵심적인 내용은 수사기관에 스스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신고하는 것이고, 수사기관의 질문, 신문에 비로소 응하여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것은 자수에 해당할 수 없다.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대한 추적이 계속 이루어져 곧 체포될 것이 염려되자 범인이 수사기관에스스로 나가서 ‘내가 범인이다, 처벌을 달게 받겠다’라고 밝혀도 자수에 해당한다.

그런데 유사 상황에서 범인이 부모님 집을 방문하여 부모님에게 ‘제가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잠복하고 있던 경찰관에게 체포되었다면 ‘수사기관에 스스로 나가 범죄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자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자수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처벌을 받겠다는 의사표시이므로 범죄사실을 부인하거나 죄의 뉘우침이 없는 자수는 그 외형은 자수일지라도 진정한 자수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강간죄로 추적을 받는 범인이 수사기관에 스스로 출석하여 ‘내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맞다, 하지만 서로 원하여 성관계를 맺었을 뿐이다’라고 조사 받은 경우에는 사실상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므로 형법상의 자수로 볼 수 없다.

마약이 중독된 상태에서 공공장소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었고, 그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그 경위를 설명하면서 ‘마약을 했다’고 횡설수설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두고 죄의 뉘우침이 있는 진정한 자수라고 보기 어렵다.

갑의 여자 친구가 ‘다른 사람이 내 금팔찌를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다’라고 호소하자 2023. 3. 갑은 금팔찌를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 금팔찌를 달라고 요구하였다가 상대방이 돌려주지 않자 마침 그 집에 있던 식칼 등 쪽으로 피해자를 때려 상처를 내고 겁을 주어 강제로 금팔찌를 빼어와 여자친구에게 주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 금팔찌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빼앗아 오면 어떻게 하느냐, 다시 가져다 주어라’라고 말하였고, 그 사이에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였다. 갑은 경찰에 체포될 것을 무릅쓰고 금팔찌를 들고 그 집을 방문하였다가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체포되었다. 2023. 6. 열린 1심에서 ‘자수’를 주장 하였지만 자수로 인정되지 않아 징역 3년6월이 선고되었다(강도상해죄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고, 판사가 재량으로 1/2로 감경할 수 있어도 무조건 3년6개월 이상이 선고된다. 3년 이하의 죄만 집행유예를 할 수 있어 집행유예가 불가능함). 갑은 항소하였고, 2심에서는 범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체포할 당시 범인의 얼굴을 몰랐다, 범인이 집안으로 돌아왔을 때도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범인 스스로 내가 팔찌를 빼앗아 간 사람이고 잘못을 했습니다. 팔찌를 돌려주겠습니다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하였고, 2심은 23. 11. 자수로 인정하고 자수범 감경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여 갑은 석방되었다. 1심과 2심 판사의 자수에 관한 의견이 다른 경우로 볼 수도 있고, 2심에서 추가 증거가 제출되어 자수로 인정된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1심 판사는 ‘아무리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어도 칼로 상해를 가한 강도가 3개월 감옥을 살고 석방되는 것은 죄과에 비하여 너무 경한 것이므로 일단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항소심에서 좀 더 감옥 생활을 하고 재주껏 석방되어라’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1심 판사의 생각에 호응한 2심 판사가 자수를 인정하여 8개월만에 석방되도록 하는 판결을 하였다는 점에서 범죄의 경위, 강도상해라는 중한 죄, 자수의 경위 등을 고려할 때 매우 합리적인 판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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