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한류 열풍
<대구논단> 한류 열풍
  • 승인 2011.0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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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한류’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990년대 말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7년쯤 전이었던가? 도쿄 롯폰기에서 배용준 사진전이 열렸는데 약 7,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전시장은 북새통을 이루었고 어떤 일본 여성팬들은 환호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 전시회 개막 전날 배씨가 묵은 호텔 현관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던 1,000여명의 팬들이 배씨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려고 승용차 쪽으로 몰리면서 10여명이 뒤엉켜 넘어지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시회 개막 당일에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입장인원을 제한한 것이 7,000여명이었다.

과거 일본의 침략에 의해 많은 피해를 보았던 나라의 백성이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할 정도로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속물에 불과한가 보다.

그 당시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욘사마’의 열풍은 우리나라에서 상상하는 정도 이상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배씨의 방일(訪日)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있었는데 그에 대한 뜨거운 환호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자연스럽게 배용준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고, 그의 일본 방문은 톱뉴스가 되어 NHK를 비롯한 현지 주요 방송에 헬기까지 동원되어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일본 백화점들은 앞 다투어 배용준 사진 앨범, DVD, 드라마테이프 등의 상품을 내놓은 `한류특별전’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겨울연가(후유 노 소나타)’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은 뒤늦게 DVD나 테이프를 구한답시고 백화점이나 비디오가게를 찾아다녔단다.

당시 일본에서 `겨울연가’ DVD 판매액은 약 1,000억대에 육박했고, 전시회 때 낸 사진집은 불과 사흘 만에 15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얼마 후 부산에서 열렸던 사인회에는 1,000여명의 일본 열성 팬들이 방문해 하루 전날부터 줄을 서서 밤을 꼬박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에겐 과거 한국인 그 누구에게도 붙여지지 않았던 `사마’란 존칭이 붙게 되었는데 `사마’란 일본에서 왕이나 왕족 등의 고귀하고 존경받는 사람에게 붙이는 칭호이다.

그가 일본으로부터 직접 벌어들인 외화도 엄청나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간접적으로 얻게 되는 수익은 더욱 클 것이다. 또한 드라마를 통해 우리문화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 점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 할 뿐 아니라 국회에서 서로 손가락질이나 일삼는 여느 정치인이나 일부의 이익을 위해 머리에 띠를 매고 투쟁하는 많은 이기 집단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웅적이어서 나는 그가 문화훈장이라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었다.

지난 주 뉴스검색에서 `신 한류열풍’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한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걸그룹 소녀시대를 포함해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사단이 신 한류 열풍이 뜨거운 일본에서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5∼26일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LIVE in TOKYO’ 공연에서 약 3시간 30분간 소녀시대는 `Gee’, `소원을 말해봐’, `Run Devil Run’을, 샤이니는 `Stand by me’를 각각 일본어 버전으로 불렀고, 1년 만에 일본에서 공식 무대에 선 동방신기는 최근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 1위를 한 신곡 `Why?(Keep Your Head Down)’와 일본 히트곡 `Somebody to love’ 등을 불러 24,000여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티켓 구매 응모자가 무려 40만 명에 달했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공연장 밖을 서성이며 애를 태우기도 했는데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SM엔터테인먼트는 오는 4월 총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2회 추가공연을 하기로 했단다.

문화의 힘은 돈으로 그 값을 환산하긴 어렵지만 실로 엄청나다. 바닥을 치닫는 우리나라 경제와 환률 하락, 청년실업과 고유가 문제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 문화예술인들의 성과가 여간 자랑스럽지 않다.

지구촌시대를 맞아 새해에는 한류열풍이 우리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어 제2, 제3의 겨울연가와 동방신기가 탄생하고, 보다 한국적인 문화콘텐츠가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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