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범물노인복지관 처처묘법에 대한 응답
[화요칼럼] 범물노인복지관 처처묘법에 대한 응답
  • 승인 2024.01.15 2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지식을 갖춘 자는 이해받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
보통사람들이 전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든지,
전문가는 전문가일 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야비한 오만이다.
-피터 드러커, <미래의 결단>에서

축구 경기에서는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작전타임을 갖는다. 작전타임을 통해 전반전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나아가고 물러설 방향을 재설정한다. 후반전의 전술이 전반전과 같아서는 곤란하다. 백년이라는 긴 세월의 내 인생에도 전술은 있었던지, 내 삶의 하프타임에 대해 생각한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낯설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엔 70대 이상 인구가 608만여 명으로 20대 인구 641만여 명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기준 주민등록 인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869만5699명(16.94%)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40대(15.44%), 60대(14.87%), 30대(12.81%), 70대 이상(12.31%), 20대(12.07%), 10대(9.06%), 10대 미만(6.49%)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주민등록 인구(5132만5329명)의 18.96%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UN)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는데 한국은 내년인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을 개괄하는 17개 시·도별 고령화 진행률을 살펴보면, 이미 전남(26.10%), 경북(24.68%), 전북(24.11%), 강원(23.99%), 부산(22.63%), 충남(21.34%), 충북(20.85%), 경남(20.60%) 등 8곳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이외에 대구(19.64%), 서울(18.47%), 제주(17.94%), 대전(16.97%), 인천(16.58%), 광주(16.48%), 울산(15.92%), 경기(15.57%) 등 8곳은 고령사회로 나타났고, 유일하게 세종(11.01%) 1곳만 고령화 사회로 집계되었다.
백세시대라는 말을 증언이라도 하듯 요즘 내 발걸음 또한 복지관행이 잦다. 내 삶의 후반부 쓰임에 대한 생각한 적 있다. '지속가능한 성공적 노화'이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활동'이다. 내 인생 전반전에서 배우고, 익히고, 나를 기르고 빛나게 했던 영역들을 다시 다듬고 가꾸어 후반전에서는 선배 혹은 환우들의 치매예방과 완화를 도우며 나도 상호 존엄을 체득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간을 황금처럼 쓰는 것은 봉사활동'이라는 마법의 말로 나를 다독이며 범물노인복지관(관장, 우지연)으로 간다.
복지관 곳곳에서 만나는 비전 '60+상호존엄'이란 표어를 새겨 읽는다. '60+상호존엄', 무겁고 숭고하기까지 한 문구이다. '존엄'이라는 명사 앞에 함께의 의미를 지닌 '상호'라는 단어가 붙어서인지 새삼스럽게 언어의 온기가 따뜻하다. 상호 존중이 실현되며, 비전과 미션에 맞게 응대하라는 은근한 강요와 벌써 누군가는 노력하고 있을 것 같은 신뢰마저 준다.
범물대나무숲 소통단은 대나무 숲이 올곧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든든한 범물 숲지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한다. 창조적 노인복지를 선도하고 구현하는 범물노인복지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노력하겠지만 복지관을 이용하는 회원 수는 하루 평균 800여 명으로, 협소한 공간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다. 천차만별인 사람들을 응대하려면 처처묘법(處處妙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짐작은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곳곳에서 일어날 상황에 대처하려면 관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어려움이 따르곤 할 것이다.
처처묘법은 복지관을 들어서면 이미 공간의 곳곳이 말을 건다. 현소한 승강기보다는 계단 이용으로 운동시간을 아껴보는 것 어떠냐고 계단 수에 따른 운동 효과성을 숫자로 그림으로 표시되고, 인원수에 따라 치밀하게 계산된 강의실, 전시공간을 겸한 복도의 벽, 공기정화를 위해 이동식 나무 파레트 화단은 로비 중앙에 배치되면서 간이 대기실로 병행하였고, 틈새 공간은 체력단련실, 정보통신실로 만들어졌다. 특히 남성 바둑실 모퉁이 1평 남짓을 떼어 만든 여성 휴게실, 2평 될까 말까한 공간을 나누어 연출한 상담실과 교육연구실 등. 좁은 공간에서의 효율성 극대화와 상호존중의 의미를 헤아리며, 고뇌가 깊었을 우지연 관장과 직원들의 노고에 놀랄 따름이다.

생전 만나본 적 없는 작고 지혜로운 공간, 여기서 나는 '상호 존엄'을 배우며 새롭게 거듭나게 될 것을 예감한다. 그리고 스스로 '사회생태학자(social ecologist)'라고 불렀던 피터 드러커의 일침을 새긴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의미', '균형 잡힌 인생 경영'을 하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등록일 : 2023.03.17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