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17세기 사진가’전…대구미술관 3월17일까지
‘렘브란트, 17세기 사진가’전…대구미술관 3월17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4.01.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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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판화 장인 렘브란트의 ‘예술 세계’로 초대
재단 대표 현재 판화 220점 소장
우연히 동판 구입 후 컬렉션 계속
7개 카테고리로 120여점 소개
작은 판화 속 17세기 세상 오롯이
회화 작업만큼 시간 투자 했을 것
순회전에 관람객 많으면 큰 보람
얍멀더스렘브란트재단대표
얍 멀더스 렘브란트순회재단 대표가 대구미술관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 개막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양미술사의 거장이자 빛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는 자화상과 초상화 등의 유화뿐만 아니라 에칭과 드라이포인트 기법을 활용한 판화를 평생에 걸쳐 300여 점을 남겼다. 그 중 120여점이 대구미술관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에 소개되고 있다.

렘브란트 판화에 대한 명성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입증하고 있다. 전시 개막 첫날 오픈런을 기록하고, 지난 14일까지 누적관람객 5만5천448명을 기록하고 있다.

3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 거리의 사람들, 성경 속 이야기, 장면들, 풍경, 습작, 인물과 초상 등 7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렘브란트의 판화로 대규모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어느 소장자의 열정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얍 멀더스 네덜란드 렘브란트순회재단(Stichting Rembrandt op Reis) 대표다. 그는 사업가이면서 문화예술인이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도 근무했고, 렘브란트 판화 수집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렘브란트 판화 전문 수집가로 명성을 이어왔다. 우연히 렘브란트의 판화를 접하고는 매료되어 지금까지 렘브란트 판화 220여점을 소장했다. “렘브란트의 동판화에는 그의 DNA가 들어 있다”고 말 할 만큼 렘브란트의 판화를 향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멀더스 대표는 작품 소장에 머물지 않고 렘브란트순회재단을 설립했다. 자신이 소장한 렘브란트의 판화를 세상과 나누고 싶은 열망에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이후 그가 소장한 렘브란트 판화들은 프랑스 그르노블 미술관, 암스테르담 렘브란트 하우스 뮤지엄 등에서 전시할 수 있었다. 다음은 대구미술관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전 개막식에서 만난 그 와의 일문일답.

- 렘브란트 판화 첫 소장 연도와 소장 계기는 무엇이었나?

△ 첫 번째로 렘브란트 판화를 소장한 것은 1997년이다. 우연한 기회에 렘브란트 판화의 동판(銅版)을 보게 됐는데, 그 동판을 본 순간 그것이 실제로 렘브란트의 손에 들려 있었다는 생각에 매우 가슴이 뛰었다. 그 동판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렘브란트 동판화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들어 지금까지 컬렉션을 계속 해 오고 있다.

- 판화 소장 이전부터 렘브란트의 동판을 소장했다고 들었다. 렘브란트 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 그가 동판 위에 선을 그릴 때 보여주는 전례 없는 ‘장인 정신’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가 다룬 매우 폭넓은 모든 주제들에 고르게 나타나는 정교한 세부 묘사, 정밀함은 그 어떤 것 보다 매력적이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매우 정확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작품에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흑백의 작은 판화 속에 17세기의 세상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으로 경탄할 수밖에 없다.

- 처음부터 렘브란트의 판화 전반을 소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수집 한 것인가?

△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에 동판을 구입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한 점 두 점 모으다 보니 마치 중독처럼 수집하게 됐다. 이렇게까지 많이 소장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렘브란트의판화-착한사마리아인
대구미술관 전시작인 렘브란트의 판화 ‘착한 사마리아인’(1633년).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있나?

△ 사실 거의 모든 작품에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다. 대부분 경매를 통해 구입했는데, 물론 예상보다 높은 값을 지불할 때도 있었지만 간혹 아트딜러들이 주목하지 않는 작품에 내가 개인적으로 끌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는 놀라울 정도로 좋은 가격에 원하는 작품이 손에 들어오기도 한다.

- 렘브란트의 회화 작품도 수집하나? 그리고 다른 작가의 판화 작품도 수집하는지?

△ 렘브란트의 회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는 않다. 다른 작가의 동판화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렘브란트가 참고한 윗세대의 에칭 작품이나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위주로 수집하고 있다.

사스키아와함께있는자화상
대구미술관 전시작인 렘브란트의 판화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

-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를 본 소감은 무엇인가?

△ 모든 면에서 최고의 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전시의 디자인도 물론 근사하지만 영상프로젝션이나 이미지 합성 등 여러 장치를 궁리해서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대단히 잘 만들어진 전시다.

- 판화에서 드러나는 렘브란트라의 인간적인 면모는 무엇인가?

△ 사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그의 삶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작품을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렘브란트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많은 노력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 인물을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본인이 기록한 바가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 사실 확인이 어렵다.

- 렘브란트 판화와 회화의 접점은 무엇인가?

△ 판화와 회화에서 공통점이 많다. 렘브란트는 판화를 ‘흑백으로 그리는 회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만 판화는 회화와 달리 많이 제작해서 판매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는데, 렘브란트 당시는 물론 인터넷도 사진도 없었으니 유명해지려면 이런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의 판화는 흑백이라는 점, 유통되는 방식을 제외하면 회화작품과 궤를 같이한다. 동판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는 인쇄도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렘브란트는 직접 인쇄를 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아마 판화에도 회화작업만큼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는 노년에도 인쇄할 때 쓰는 잉크의 양이나 종이의 종류를 실험해 보곤 했다.

- 소장한 렘브란트 판화들은 판화역사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할 수 있나?

△ 서양미술사를 통틀어 최고의 화가가 누구냐는 질문의 답은 갈리지만 판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을 만큼 렘브란트가 꼽히며, 그가 에칭과 판화의 판도를 바꾸었다고 평하곤 한다.

- 렘브란트 판화 소장자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 물론 이번처럼 전시가 만들어지면 소장가로서 참 기쁘다. 대구미술관의 전시처럼 큰 전시는 아니지만 네덜란드 지방소도시에서 소규모 순회전을 했을 때도 전례없는 관람객이 찾아주어 보람을 느꼈다.

또 소장가로서 무엇보다 기쁜 순간은 문득 작품을 보다 미처 생각지 못한 작은 요소들을 발견할 때다. 예를 들면, ‘할례’(1624년경)는 아직 18세에 불과한 렘브란트가 남의 인쇄기를 빌려 찍은 첫 에칭작업인데, 아기의 얼굴이 마치 노인처럼 그려져 있다. 당시 미숙하고 어렸던 그가 고통스러워 우는 아기 얼굴을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면 재미있다.

- 렘브란트 판화와 관련해 향후 계획이 있다면?

△ 앞서 말했듯 렘브란트와 관련된 다른 작품도 수집하고 있지만, 렘브란트 작품은 (미술관 소장이 많다보니) 시중에 거래되는 작품 수가 많지 않다. 렘브란트가 살아있을 때 인쇄된 것은 더더욱 희귀한 만큼 탐이 난다. 그 외에는 잠든 강아지를 그린 작품을 노리고 있는데 이미 두 번이나 허탕을 쳐서 그런지 꼭 구하고 싶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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