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사권 독립
[데스크칼럼] 수사권 독립
  • 승인 2024.01.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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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9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은 혐의다.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꼬리자르기식으로 기소된 지 1년이 넘어서야 나온 결정은 만시지탄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물론 검찰까지 권력의 눈치를 보며 기소를 미루다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에 기대 비로소 기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마약 잠복수사를 위해 정복경찰을 배치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이런 지시가 있었더라도 최소한의 질서유지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 경찰의 당연한 의무인데 너무나 무력한 경찰의 모습으로 비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딸이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지난달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딸과 비교하며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 살해 미수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도 논란이다. 경미한 열상이냐 자상이냐부터 현장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중요한 증거인 피 묻은 셔츠를 민주당 당직자가 구하도록 내버려둔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살인 현장이 될 수도 있는데 발생 40분 만에 이재명 대표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물 청소부터 시작했다. 생수를 가져와서 뿌리면서 청소를 하는 모습이 유튜버에 의해 촬영됐다. 경찰이 공개한 범행 흉기는 군용 단검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강한 경도의 칼이다. 칼날부터 손잡이 끝까지 일체형 금속인데 이런 금속을 범인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줄’로 가공할 수 있을까. 수사결과 발표에서 피의자 신상도 공개하지 않았고 비공개 이유도 비공개라는 희한한 발표로 여러가지 궁금증만 커지게 만들었다.

여당 대표가 비슷한 테러를 당했어도 이런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상상하면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암살사건이냐 아니냐 말들이 있지만 이 사건은 암살사건이다. 얼굴을 가리고 해야 암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드러내고 범행을 했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되고 범행 과정을 숨기고 준비했다면 암살이다. 심리학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장은 이 사건이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줬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암살범이 프로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주장을 했다. 단 한 번의 시도로 군중으로 복잡한 행사장에서 정확하게 경동맥을 찔렀는데 이는 일반인이 연습을 해서 해 낼 정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당적을 가진 지 1년이 되는데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고 당일 민주당 지지자 차를 얻어타고 1시간을 같이 가면서 대화를 했는데도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은 것도 보통 사람이 심리적으로 위장할 수 있는 정도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할 말이 없나” 물어봤을 때 ‘심려를 끼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국가적으로 살해해야할 정치인이라 죽여야겠다고 믿었다면 “구국의 용단을 내려서 내가 한 일이다”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정치테러자의 말 같지 않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암살에 실패한 것이다. 만약 배후나 공범이 있다면 실패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신변을 공개하는 등 정정당당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중대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을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경찰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경찰의 수사력에 이미 어떤 한계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 생긴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충실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검찰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경찰은 검찰보다 더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말도 있었다. 이번 정부들어 검찰은 경찰에게 주었던 수사권을 거의 회수한 듯 하다. 그런데 경찰의 편에 서서 경찰에게 독립된 수사권을 주라고 요구하는 국민이 없어 보인다. 경찰 스스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의 응원을 얻을 것인데 그런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누군가가 검찰과 힘들게 싸워 전해준 수사권 독립을 팽개치는 우를 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들 마음에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민도 불행하고 경찰도 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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