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50-ASMR, 귀를 열면 마음이 열린다
[치유의 인문학] 50-ASMR, 귀를 열면 마음이 열린다
  • 승인 2024.01.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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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뭐라고, 백화점 안에 폭포가 들어왔다고?” “뭐라고, 백화점에서 숲속의 소리가 들린다고?”

몇 년 전 서울의 모 백화점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아주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오픈 효과는 물론 모든 백화점 이슈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 있었다. 이러한 신선한 시도는 젊은이들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바이럴 마케팅 덕분에 백화점의 매출은 지금까지도 하늘 높이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다.

“와~ 이제는 소리가 돈이 되는 세상이네~”

소리가 돈이 되는 세상을 넘어 최근에는 소리가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몸까지 치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ASMR, VIBE등 소리는 이미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와있다. 93년 한때 “모차르트 이펙트(Mozart Effect)”로 모차르트 음악이 태교에 효능이 있다고 주장해 엄청난 이슈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미국 출신의 사업가 돈 캡벨이 있긴 했지만 치유의 소리가 산모는 물론 태아의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자료는 차고 넘친다.

그러고 보니 세계에서 제일 먼저 소리를 태교에 접목해서 태아를 교육하고 이를 책으로 만든 분이 1800년대 조선시대 사주당 이씨의 <태교신기>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산모가 듣는 것이 자식의 기운이 되며 마시며 먹는 것이 자식의 살이 된다고 <태교신기> 4장에 기술되어 있다. 여기에 피츠버그 대학 연구진들은 인간의 지능 지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유전자의 역할은 48%에 불과하며 나머지 52%는 태내 환경이 차지한다고 1997년에 연구결과로 발표하기도 했다. 자연 소리환경을 이용해 똑똑한 아이를 태어나게 한 우리의 K-태교문화의 선택은 정말 놀랍다. <태교신기> 내 구체적인 태교방법으로 시를 읽고 좋은 글귀를 외우며 거문고나 비파를 타게 하여 임산부의 귀에 들려주어야 한다는 ‘음악태교’와 임신부가 직접 책을 소리 나게 읽는 ‘독서태교’도 224년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 우리민족의 엄청난 학술적 성과다.

산모와 태아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를 듣는 ‘풍입송(風入松)’이란 단어가 조선왕족실록에 등장 할 정도이니 좋은 소리가 얼마나 큰 치유와 힐링의 효능이 있는지는 모두 알 것이다. 이 풍입송의 단어가 요즘 유행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고 네이버의 VIBE다. 아이들이 백색소음을 듣고 잠을 잘 잔다는 이야기는 소리가 가진 특별한 치유력 덕분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뇌의 각성이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눈을 감아야 잠을 잘 수 있는데 뇌가 각성되어 있는 사람들은 눈을 감으면 잡념이 파도처럼 밀려와 잠을 잘 수 없다고 한다. 생각을 잠재우고 뇌를 쉬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게 바로 낮은 데시벨의 백색소음이다.

실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행복한 백색소음은 장작 타는 소리와 돌 틈 사이를 빠져나오는 개울물 소리, 그리고 대나무에 이는 바람소리다. 귀로는 소리에 집중하고 내가 그린 상상의 이미지를 소리와 잘 리믹스 시키면 아무리 지독한 불면증도 날려버릴 수 있다. 인간이 가장 안전을 느끼고 쾌적한 기분이 될 때 나오는 뇌파가 알파파상태라고 한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행복함을 느낄 때 나오는 뇌파가 바로 ‘쾌적파’ 혹은 ‘행복파’ 라고 하는 알파파다.

이렇게 행복한 쾌적파를 우리 인간들의 언어로는 못 만들어낼까? 그렇치않다. 우리 인간도 아름다운 쾌적파를 만들고 또 그 소리를 듣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바로 인간이 신을 축복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다. 그래서 혹자는 음악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행복발명품’이라고 한다. 그럼 음치들은 어떡하냐고? 걱정할 것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엄청난 음치다.(웃음)

그래서 필자는 딱, 세 문장들로 사람들을 단박에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이 위대한 문장들 덕분에 필자는 아내를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움직이는 ASMR’, ‘움직이는 VIBE’ 라는 소리를 듣는다. 최고의 행복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음알파파는 결국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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