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옛말…손님 뜸한 한복상가 ‘울상’
설 특수 옛말…손님 뜸한 한복상가 ‘울상’
  • 유채현
  • 승인 2024.01.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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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북적이던 상가 ‘썰렁’
“코로나 시국보다 더 줄어” 한숨
드문 손님마저 대부분 대여 수요
가족 모임 대신 휴식·해외여행
한복 입는 문화 실종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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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2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한복상가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예전 같았으면 입구부터 손님이 가득했을 건데 지금은 누가 한복입나…”

27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1지구 2층 한복 상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70대 상인 최모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설 명절을 2주 앞둔 주말이지만 한복 상가는 적막함이 가득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손님도 상인들의 인사에 멋쩍은 듯 웃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서문시장에서 50년 가까이 한복가게를 운영했다는 최씨는 요즘들어 한복을 사는 손님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예전 이맘때쯤이면 손님들이 한복 보러와서 입고 절하는 연습도 하면서 북적였는데 코로나 이후로 한복 찾는 사람들이 절반 넘게 줄었다. 가끔 오는 손님들도 한복을 대여하거나 디자인만 둘러보고는 그냥 간다. 맞춤 한복을 찾는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명절 특수를 노렸던 아동 한복 상인들도 과거보다 손님이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 손을 잡고 한복을 구경하는 가족 단위 손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동 한복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번 설은 특히나 더 장사가 안된다. 한복만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용돈주머니, 머리띠 같은 소품도 재고가 가득 쌓였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근 상인 김모(여·66)씨도 “갈수록 한복 입는 문화가 사라져 간다. 한동안 엄마들 사이에서 개량 한복이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이제는 한복을 아예 안 입히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 명절 한복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연휴기간을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한 것이 꼽히기도 했다. 대부분 한복 상인은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도 손님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한복 입고 세배하면서 덕담을 나누는게 원래 설 명절인데 이제는 명절에도 그냥 집에서 쉬거나 여행 가버리는데 한복을 찾는 사람이 있겠나”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대학생 권모(대구 중구·25)씨도 “취업이나 결혼 같은 말 때문에 명절날 모이기가 좀 꺼려진다”며 “한복을 입고 제대로 명절을 보낸 것도 초등학생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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