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쓸쓸비
[좋은 시를 찾아서] 쓸쓸비
  • 승인 2024.01.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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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시인


피라칸타꽃 빛깔에 취한

하늘의 눈동자



끄덕끄덕 노을빛에 물든다



그 모습 시샘하듯

등 젖은 비둘기는

온종일 추적거린다



한기 도는 몸 부르르 떤다



피라칸타꽃 그 언저리

한때 내 그리움도 저 같을 때가 있었다



처연하게 처연하게



그 누구를 향해 빗속을 나 우산도 없이

휘청휘청 맨발로

다가갈 때가 있었다





◇박영선= 경북 영천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학 박사과정 수료. 2014년 ‘문학예술’(겨울호)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대구 경북 문학예술 협회 회원, 대구 문인협회 회원.


<해설> 비에게 붙여진 이름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이름들을 두고 시인이 붙인 이름은 ‘쓸쓸비’ 이다. 이렇듯 기존의 사물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이름 너머의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고 불러주는 것, 또한 시인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늘을 커다란 눈동자로 보는 시인은 피라칸타꽃 빛깔에 취한 채 끄덕끄덕 동작을 보이면서 노을빛에 물든다고 쓰고 있다. 그런 하늘의 모습에 시샘이라도 하듯 하늘을 영역에 두던 비둘기는 한기가 도는 젖은 등을 부르르 떤다. 나도 그렇다는 말은 결국 내 그리움도 저럴 때가 있었다는 고백으로 드러나며 처연하게 휘청휘청 걸어가는 맨발의 기억을, 그 추적거리는 쓸쓸한 비속 한순간을, 하늘의 눈에 적나라하게, ‘쓸쓸비’ 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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