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
[대구논단]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
  • 승인 2024.01.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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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는 눈부신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정보의 전달속도의 측면에서 보면 농경사회는 걸어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시속 4km의 속도로 전달된다. 산업사회에서는 차량을 이용해 시속 100Km의 속도로 전달된다. 반면에 정보사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에 초속 30만km, 시속 1,080,000,000km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 따라서 정보의 전달속도의 측면에서 보면 정보사회는 어떤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이다.

‘빨리빨리’ 문화란 대한민국에서 강조되는 문화적 특징으로,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빠른 발전과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고, 역동적인 발전을 상징한다. 이 문화는 한국인들이 어떤 일이든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가난한 농업국에서 첨단 산업 사회로 변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는 정보사회에 아주 특화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때로는 세밀함과 정확성을 희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면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대형 참사로 연결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 특히 정교함과 세밀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정확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자메일을 보낼 때 점 하나만 잘못 찍어도 전달되지 않으며, 프로그램에서 조금만 틀려도 운영되지 않거나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빨리빨리 문화는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끊임없는 속도 경쟁은 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의 요구와 직장인들에게는 성장에 대한 지나친 압박감을 주고,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과도하게 적용되면 정확성과 완성도가 희생하게 되고,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증가시키고, 여유와 창의성을 저해하며, 협력과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도 ‘빨리빨리’ 문화가 정보사회에서는 많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문화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는데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은 기업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큰 장점이 된다. 빠른 속도와 높은 효율로 일을 처리하고, 적응력과 융통성을 발휘하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의 강점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코로나 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다면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은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이를 완전히 버리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이 문화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사회에서는 우리의 자부심이자 큰 자산이다. 이와 같은 문화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에 속도를 통제하고, 다른 가치와 조화롭게 융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은 상호 배제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완적인 개념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특성에 정확성을 더하면 정보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동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은 우리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비율과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빨리빨리 문화와 정확성은 우리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 문화가 잘 조화되면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품질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적은 노동으로 많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공정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정보사회에 최적화된 특성이지만 정확성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특히 컴퓨터로 무장된 젊은 세대는 이미 정확성이 몸에 밴 세대로 우리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나친 경쟁으로 사회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젊은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을 사랑하고 전 지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 선도국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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