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화살물고기
[좋은 시를 찾아서] 화살물고기
  • 승인 2024.01.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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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배 시인

캄캄한 동굴에서 누구를 기다려

천년을 살았나, 햇볕 들지 않아

두 눈마저 멀어버린 물고기

하얗게 식어버린 네 심장은

세월의 물길 거슬러 내게로 날아온다

이마엔 그리움이 남긴 상처

팔월을 건너온 화살이 되어

가을산 붉게 달군다

굴러와서 굴러갈 돌무더기

이리저리 헤엄치며 부딪치다가

입술이 붉어진 물고기

저녁노을 다 지워지기 전에

또 어디론가 흘러가 버릴 슬픈 사랑아

눈멀고 귀마저 멀어버린

너는, 나의 화살물고기

◇박윤배= 1989년 매일 신춘문예에 시 <겨울판화> 당선되어 등단. 시집 『쑥의 비밀』(도서출판 전망),『얼룩』(문학과 경계사),『붉은도마』(북랜드), 『연애』(책나무),『알약』(시와표현),『오목눈이 집증후군 』(북랜드, 2018) 이 있음 대구시인협회상. 금복문화상 수상. 현재; 대구경북예술가곡회 사무국장, 경주문예대출강. 대구디카시인협회, 시창작원 <형상시학>대표.

<해설> 세상에 많은 물고기의 이름이 있으니, 내가 지어준 이름 ‘화살물고기’ 하나쯤은 더 있어도 나쁘진 않겠다. 사실 이 시속의 화살물고기의 정확한 학명은 ‘미끈주홍망둑’ 이다. 천년 세월을 캄캄한 동궁에 갇혀 눈도 멀고 피부도 주홍색으로 퇴화한 그런 물고기인데, 나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서라도 꼭 만나고 싶은 사랑을 노래로 만들기 위해 쓴 그런 시이다. 전에 썼던 자시自詩 ‘수인囚人’에서 물고기를 데려와 ‘화살물고기’라는 가곡의 곡으로 붙여 널리 몇 차례 무대에 올려 노랫말로 연주된 바 있다. ‘눈멀고 귀마저 멀어버린/ 너는, 나의 화살물고기’이면서 떠났던 화살이 다시 물고기가 되어 돌아올 거라는, 아니 지구를 몇바퀴 돌아서 라도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이 시는 표현하고 있다. 그 사랑은, 윤회를 여러 번 건너뛴 다음에라도 꼭 만나게 될 그런 사랑일 테니.

-박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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