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를 만나기 위해
캄캄한 터널을 오래도 걸었다
눈앞 환하게 열리는 거기
언제쯤 소금꽃 필까
터널은 탯줄, 한 꼭지에서 연결된 사랑
앞서 걸어간 발자국
따라 밟다 보면 저절로 옮겨지는 몸
고이지 않으려는 물처럼
바쁘게 살아오다가
고개 들어보니, 조팝꽃 덤불
둘러보니, 정수리부터 귀밑까지
소금꽃 염전이다
◇정양자=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 세명일보 신춘문예(2020) 준당선 (시) 등단. 시니어매일 기자(현). 형상시학회, 대구문인협회 회원, 한국산문 작가협회 회원, 달구벌수필문학회 회원.
<해설> 긴 터널을 걸어본 사람은 터널이 주는 어떤 절망이 잘 그려진 시이다. 터벅터벅 걷다가 터널의 출구로 들어오는 빛을 만났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을 이처럼 잘 표한 시는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터널은 차를 타고 지나가기 일쑤이지만 그런 터널을 인생의 어두웠던 한 기간으로 환치해 놓고 터널 끝에 눈부신 소금꽃을 보여주는 것은, 고이지 않으려는 물처럼 살려고 했던 지난 삶에 내리는 어떤 보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캄캄한 통로를 지나고 보니, 고개를 들어보니, 앗! 자신은 활짝 터진 조팝꽃이다. 둘러보니, 정수리부터 귀밑까지 소금꽃 염전인 걸, 탄식처럼 시인은 알아버렸다.”터널은 탯줄, 한 꼭지에서 연결된 사랑/앞서 걸어간 발자국/따라 밟다 보면 저절로 옮겨지는 몸“ 시인의 몸에 대한 깨달음은 백발의 서러움 쪽 보다는 이제 희망의 탄탄대로에 이르렀다는 긍정의 노래가 되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