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과·배’…발길 붐볐지만 지갑 닫혔다
‘무서운 사과·배’…발길 붐볐지만 지갑 닫혔다
  • 유채현
  • 승인 2024.02.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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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일주일 앞 전통시장 가보니…
제수용 과일 1개 5천~1만5천원
“못난이 과일이라도 사려 했는데
그마저도 비싸” 손님들 하소연
상인들도 “비싸게 들여놨는데
제때 안 팔리면 폐기해야” 울상
북적이는서문시장
설 명절을 앞둔 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대목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영호기자
“멍들고 쭈글쭈글한 사과가 하나에 오천원이라니 말도 안 나오네요”

4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제수용 과일을 구매하러 온 50대 주부 정미현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못난이 과일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설 명절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주말,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로 상인과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과일 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의 10배가 넘었다. 특히 사과 10개 가격은 2만7천원으로 지난해보다 13%, 배 10개는 3만 3천217원으로 20.7%나 올랐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수해 등 잇따르는 이상기후로 과일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날 대구 전통시장도 사과와 배 등 제수용 과일이 개당 5천원에서 많게는 1만5천원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과일 상가 주변은 명절 준비에 나선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물건을 고르는 손끝에는 망설임이 묻어났다. 과일을 들었다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게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 상인들은 설 명절 대목에도 과일을 사 가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라며 울상을 지었다.

부모님을 도와 과일 상자를 정리하던 이준하(32)씨는 “올 명절은 선물용 과일은 당연하고 차례상에 올릴 과일도 사는 사람이 없다. 비싼 돈을 주고 들여왔는데 안 팔리면 상인들만 죽어 나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북구 칠성종합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지갑도 굳게 닫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은 물건을 제때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해 손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20년 가까이 과일 가게를 운영했다는 김성화(68)씨는 “옛날처럼 과일 선물세트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일을 그냥 쌓아 둘 수는 없으니까 종류별로 두세개씩 섞어서 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값이 치솟은 명절 과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과일을 찾기도 했다.

상인 권명진(37)씨는 “차례상 단골 과일인 사과와 배 말고도 요즘은 딸기, 귤 심지어 바나나도 많이 팔린다”며 “차례상에 수입 과일을 올린다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대나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샤인머스캣을 올릴 예정이라는 주부 이모(47)씨는 “꼭 제사상에 올릴 과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싼 과일보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올리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유채현·김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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