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무바라크는 물러나야만 한다
<대구논단>무바라크는 물러나야만 한다
  • 승인 2011.02.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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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대륙 중의 하나다. 지구상에 수없이 많은 나라가 있고 인종이 존재한다. 피부 색깔로만 구분한다면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등으로 대별되지만, 같은 대륙에 살면서 피부 색깔도 똑같은 이민족(異民族)들은 너무나 많다.

동양, 그 중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은 피부 색깔이나 얼굴 생김새 등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 유사한 민족이다. 특별히 자기 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타고난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우리 자신도 구별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다만 사용하는 언어만이 전연 다르다. 이 3개국은 동양에서도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수천 년 살아오면서 은원(恩怨)을 함께 했다.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바탕으로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수십 개의 나라로 갈라져 싸웠으며 어쩌다가 강자의 힘으로 통일중국이 서기도 했다. 현재 중국대륙은 이념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화인민공화국이 통일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티베트 등 달라이라마 체제를 내쫓고 강압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나라도 포함되어 있어 틈만 생기면 독립운동의 소용돌이에 시달려야 한다.

강력한 군대의 힘으로 이를 진압하여 세계인의 비난을 받았으나 중국의 힘은 이를 억누르고도 남을 만큼 커졌다. 흑묘백묘론에 입각한 실용주이 노선은 정치 이념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도입한 특수한 처지로 매년 10%에 가까운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아직도 많은 인민들은 가난하지만 국가는 부유하며 2억이 넘는 부유층이 중국의 기반을 단단하게 받들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비교하여 G2를 형성할 만큼 훌쩍 커진 중국이 되었다. 그러나 문화와 인권 면에서는 아직도 후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벨평화상을 반체제 변호사로 수감 중인 유사오보가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본인을 물론 그의 가족까지도 출국을 금지시켰다.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서 투옥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유사오보를 지지하는 세계의 여론이 들끓었으나 중국의 민주화는 아직도 먼 모양이다.

천안문 사태를 강제로 진압한 중국과 달리 지금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규탄하는 시민운동이 들판의 불꽃으로 번지고 있다. 튀니지 혁명에 이은 도미노 현상이다. 무바라크는 30년간 집권하면서 한때 많은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 특히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의 신념을 그대로 실천하여 이집트의 군부세력은 철저히 무바라크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 시위 군중들의 요구는 오직 하나다. 독재자 무바라크의 하야다.

그런데 그는 잔꾀를 쓰고 있다. 사태 반전을 꾀하여 내각총사퇴를 단행하고 부통령에 그의 측근을 임명한다. 그 정도로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 성난 시위군중은 이를 거절하고 원흉 무바라크의 퇴진을 재촉한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국민의 궐기다. 이집트의 경찰은 시위 군중을 향하여 총질을 해댄다. 지금까지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명이 다쳤다. 전국에서 수도로 몰려드는 시위군중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군대는 중립을 선언했다.

평화적인 시위 군중에게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군 대변인의 성명 발표도 나왔다. 시내를 순찰하는 군 장갑차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올라타 군인들과 함께 돈다. 생생하게 TV로 중계되는 이 장면을 보고 4·19혁명의 주역이었던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무바라크는 결국 물러날 것이다.”라고 갈파한다.

4·19혁명 당시와 너무나 닮은 장면을, 아니 4·19 당시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것과 똑같은 모습이 그의 가슴을 친 것이다. 군인들이 시민을 향하여 총을 겨누지 않는다면 이미 혁명은 성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4·19 당시에도 계엄령하의 군부가 성난 데모군중들이 탱크에 올라타더라도 방치했던 것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때 이승만 독재자는 두 손을 들고 물러났다. 그리고 하와이로 망명길을 떠났다. 이승만과 무바라크를 비교한다면 천양지차가 있는 인물이다. 이승만은 젊어서부터 항일 투쟁을 했던 독립 운동가였고,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무바라크는 사다트 암살 이후 군부를 휘어잡고 집권에 성공한 군인출신일 뿐이다. 조국에 대한 헌신의 정도를 봐서 이승만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이승만은 스스로 물러났는데 무바라크는 뭘 하고 있는가. 그를 지원하던 미국에서는 절차에 따라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 이에 무바라크는 또 한 번 얄팍한 꾀를 냈다. 차기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지만 지금 사퇴할 생각은 없다는 성명이다.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시위군중의 규모나 궐기의 원인을 따져보더라도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만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로 생각된다. 인류문화의 찬란한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문명발상지 이집트는 울고 있다. 무바라크가 끝내 버티면 그의 말로는 비참해진다. 독재자들은 역사의 결말을 중시해야만 악명을 덜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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