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과연 몰랐을까
[목요칼럼] 과연 몰랐을까
  • 승인 2024.02.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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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설을 맞이하여 취임 이후 4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하였다. 이번에 단행된 특별사면 대상은 서민 생계형 형사범과 특별 배려 수형자, 경제인, 전직 주요 공직자와 정치인 등 모두 980명이다. 또한 운전면허 등 행정 제재에 대한 감면 조치와 공무원 징계 사면도 단행됐는데 대상자는 45만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 사면대상자 가운데 일부 인사에 대해 사면이 사전에 약속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야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즉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되어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재상고 의사를 밝혔다가, 갑자기 포기하여 2월 1일 형 집행이 확정되었지만, 수감되지 않고 있다가 5일 만에 사면이 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일 재상고 취하서를 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되면, 곧바로 구금절차를 밟게 되기 때문에 재상고를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관진 전 장관은 현재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번 총선에서 사면 복권될 경우를 조건부로 국민의힘에 공천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약속 사면’이라면서 사면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특별사면 한 인사 중에 출마할 인사가 있다면 강서보궐선거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김기춘, 김관진의 경우, 사면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재상고 포기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며, 정부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끝나기도 전에 사건의 피고인들과 사면을 놓고 미리 약속하거나 의견을 나누었다면, 이는 형사사법체계를 뿌리째 뒤흔들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면을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특별사면 취지는 “갈등을 일단락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지난해 신년사면 때도 과거 잘못된 관행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를 사면하였기 때문에 그와 형평성을 맞춘 조치라고 하고 있다.

사면권은 헌법 제79조에 따라 범죄자의 형벌을 면제해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재판 진행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불가능하고 확정판결이 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이번 김기춘·김관진 두 사람이 재상고를 포기후 5일 만에 사면을 받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사전에 약속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이번 사면에서 특별사면된 김관전 전 국방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수사를 지휘하여 기소한 인물이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를 지휘하거나 구속 기소했던 여러 인물들을 사면하여 검사로서 법치주의를 적용하던 잣대와 대통령으로서 사면권을 행사할 때 적용하는 법치주의의 잣대가 다른 것 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즉 검사일 때는 중대범죄라 엄벌이 필요하다더니 대통령이 되자 ‘관행에 따른 범죄’로 규정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검사시절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한다는 평가로 인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정권 실세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정권의 핍박을 받는 모습으로 인해, 정치경험이 없는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에 취임한 후 자신이 처벌한 인사들에 대한 사면을 이어가면서 결국 자기부정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특히 사면을 받은 이들 대다수가 여권·보수 성향으로 ‘국민통합’보다는 ‘보수층 결집’에 치중한 편파적 사면, 내 편에 면죄부 주기식 사면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법부 판단을 뒤집는 것으로, 극히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면이 이어진다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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