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나에게 하는 선물의 기적
[치유의 인문학] 나에게 하는 선물의 기적
  • 승인 2024.02.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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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친한 지인이 필자의 교수연구실에 왔다.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자주 오는 친구다. 친구는 방송과 관련한 직업을 갖고 있어 매우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그리고 일에 관한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매사에 철두철미하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가끔 나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친구가 신기하다. 털털하고 소지품도 자주 흘리고 다니는 필자를 놀리는 재미 때문에 자주 놀러온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필자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이 건강하고 깊어 잘 어울린다.
자신의 후배가 방송제작 작가이고 지금 공황이 와서 너무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모르겠다며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필자는 지인 후배의 현재 상태에 대해 꼼꼼히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그분의 하는 일과 성격, 그리고 취미, 이렇게 세 가지만 물었다. 하는 일에 대한 팩트 체크는 일과의 연결 관계에서 습관화된 몸의 기억을 확인하는 절차다. 그리고 성격에 대한 질문은 일에 대처하는 마음 크기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취미에 대한 질문은 몸과 마음을 쉴 수 있게 하는 스스로의 보상절차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만 정확하게 확인하면 원인이 나오고 원인이 나와야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쉽다. 분명 명확하고 쉽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운동과 명상이 사람의 마음과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운동과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식이 건강하다는 건 다 알지만 음식에 대한 욕망 때문에 절제가 어렵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면 자신이 행복해지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욕망은 늘 이성을 이기는 '욕망 승리의 법칙' 때문이다.
모든 설명과 답변까지 들어보니 정답이 손에 잡혔다. 엄청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과 스스로가 만든 높은 책임감과 도덕적 기준이 공황의 원인이었다. 후배 분에게 전화로 상담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처방전으로 내렸다.
첫째,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선물을 줘라!
둘째, 완벽의 강박에서 벗어나라!
딱, 이 두 가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당신은 공황 때문에 당신이 지금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녀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족의 생계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무게 배낭 하나, 양가 부모님의 노후와 책임마스터의 무게 배낭 둘,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야 생존 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의 무게 배낭 셋, 마지막으로 모든 일에 완벽함을 추구해야 직성이 풀리는 개인적 기질의 배낭 넷. 이렇게 많은 배낭들이 가녀린 그녀의 양쪽 어깨 한쪽씩 두 개씩 올라가있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고구마 세 개를 물도 없이 꾸역꾸역 먹는 모습이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상담해주는 내 가슴이 더 답답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 모두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죽음의 시간이 쌓였고 나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지금 창문하나 없는 사방이 꽉 막힌 방에서 24시간을 생활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자신에게 감동의 시간을 선물해주세요. 이건 권고가 아닙니다. 강력처방입니다" 한 번도 자기보상을 해본 적 없다는 그녀의 말에 필자는 작지만 강한 회복력을 갖는 몇 가지 솔루션을 말씀드렸다. 의외의 쉬운 제안에 반색하는 그녀에게서 높은 책임감과 도덕적 벽을 느꼈다. 결국 그 책임감과 도덕성이 문제였다. 그녀 스스로가 만든 완벽이라는 이름의 강박은 직업적 특성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일상생활에 까지 강박을 요구하는 자신이 문제였다.
"괜찮아요? 여기서 당신 자신을 위해 스스로 보상해도 누가 뭐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놀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했고 놀 자격이 있습니다."
놀아도 괜찮다는 필자의 워딩에 순간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전화기를 통해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가 유일하게 듣고 싶었던 말이 이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놀아도 괜찮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누구도 제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무거운 배낭 네 개의 무게를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달고 살았던 그녀. 결국 그녀의 무게는 마음의 무게였던 셈이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셀프 선물을 할까? 웃으며 솔루션을 찾아보겠다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짧았지만 강렬한 상담은 끝났다. 사람들은 모두 한도초과의 배낭 한 두 개씩은 어깨에 메고 살아간다. 단거리가 아닌 원거리의 달리기에서 지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 어깨에 올라간 무게를 스스로 줄이는 일이다. "감동적으로 놀자… 감동적으로 놀자…' 그녀가 읖조리며 끊었던 그 마지막 독백이 내 귓가에 아직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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