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삶이
속살까지 찢기고 너덜거릴지 몰라
그래도 쓰러지지 않는 건
헐거운 마음을 여며주는
네가 있기 때문이야
<감상> 이 시의 영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무심히 지나치면, 변두리에 방치된 한낱 폐기물 더미일 따름인 대상에서 시인은 “속살까지 찢기고 너덜거리는”, 곤궁한 삶의 서사를 읽습니다. 반듯한 제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해 이곳 저곳 떠돌다 변두리로 밀려난 가족의 이야기일 터입니다. 비바람을 가리지 못해 쓰러질 듯 위태로운 식솔들이 몸을 맞대고 남루한 일상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 시의 중심 이미지인 “헐거운 마음을 여며주는” ‘너’의 표상, 노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내일을 꿈꾸는 자녀일 수도 있고, 해 뜨는 날이 오리라는 막연한 믿음, 헐거운 희망일 수도 있겠습니다. 쓰러지지 않는 건 네가 있기 때문이라 했으니 그것은 아마도 체온을 나누는 가족애, 마음을 여며주는 사랑의 힘이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저 가녀린 노끈의 힘으로 언제까지 염치없는 자본의 쓰나미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타자의 걱정을 나의 걱정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선한 의지가 그리운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