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담백한 박근혜 前 대통령의 북콘서트
[수요칼럼] 담백한 박근혜 前 대통령의 북콘서트
  • 승인 2024.0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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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지난 5일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박근혜 전대통령의 회고록인 『어둠을 지나 미래로』의 출간을 기념하는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박정희 아카데미(강영욱 원장)를 수료한 인연으로 초대받았으며, 4·10 총선 출마자는 제외됐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온갖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북콘서트 장소와 시기를 놓고 세력결집이나 특정 후보 지원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으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박 전대통령의 회고록은 제18대 대선이 끝난 2012년 말부터 2022년 3월 달성군 사저로 내려오기까지의 약 10년간을 기록했다. 이번 북콘서트를 통해 그 시간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분의 솔직한 심정을 통해 세상이 만든 억측과 오해, 그리고 고뇌를 풀어가는 만남의 시간이었다. 첫 질문은 가벼운 신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박 전대통령은 아침에 일어나면 직접 준비한 식사를 하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재활운동을 한다. 오후에는 30분 정도 걷기운동을 하며, 걸으면 통통통 하면서 척추 디스크에 자극을 주므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 건강에 좋다고 했다. 또한 집 뜰에 있는 산딸나무는 꽃이 적기 때문에 생존 전략으로 작은 꽃들이 뭉쳐 화려하게 위장함으로써 벌과 나비를 유인하며, 가까이에 있는 비슬산에서 날아온 후투티가 어느 날 새끼를 데리고 와 벌레를 먹다가 새끼의 입에 넣어주는 모습도 이야기했다.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주변 강국인 미·일·중·러시아와 신뢰 구축을 통해 우호적인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카자흐스탄, 케냐, 칠레, 브라질 대통령 등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미 한국은 외국이 인정하고 외국의 인식에 걸맞게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북정책을 통해 이루고자했던 목표는 북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국가수호와 국민보호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최고의 책무이므로 개성공단 폐쇄로 기업인을 철수할 때 단 한명의 국민까지 무사귀환 하도록 노심초사했으며, 또한 “힘없는 평화는 구호에 지나지 않으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평화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인 성과인데도 굴욕외교라는 지탄을 받아 아쉬워했다. 위안부 합의를 위해 아베 총리에게 강하게 촉구했으며, 국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아베 총리도 일본 내의 비판을 무릅쓰고 역사적인 결단을 내렸다. 그분은 “한·일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야 되는데, 수십년 동안 해결 하지 못하고 미래세대에게 미루는 것은 잘못이므로 아쉬움이 있어도 국민의 뜻에 맞고 전체의 이익에 맞다면 결단을 해야 하며, 그 결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7시간과 정윤회 사건 등에 왜 강하게 대처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루머는 어느 시대에도 있었다. 성적인 것이고, 미혼이고, 여자이기 때문에 법적인 대응도 생각했지만 대응가치를 못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유영하 변호사도 “사실 검증을 하지도 않고 보도했으며, 오보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나므로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옥중생활을 어떻게 감내하셨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힘들지 않았고, 억울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실수도 있었지만 의도적인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떳떳했다”고 했다. 그분은 “가까이 있던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을 드렸던 게 참 저를 힘들게 했다”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담담하게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건강 회복과 회고록 집필로 외출을 자제하였지만 앞으로는 자주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비록 “정치 일선을 떠났고, 정치는 안하겠지만 재임 동안 못한 아쉬움, 누군가 해주길 바라며 어떤 일이든 국민에게 보답하겠다”고 하면서 “아무리 충실하게 살려고 해도 인간적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마무리 지었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를 들으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보다 더한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분의 도전과 용기, 그리고 좌절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마음 아파했다. 북콘서트를 통해 토스트기에 갓구운 통밀 토스트의 구수한 내음과 커피향을 좋아하고, 특유의 개그로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는 반복되면서 교훈을 준다. 담백한 박 전대통령의 북콘서트는 대통령의 책무와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는 비대화된 의회 권력과 통제되지 않는 공권력 그리고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언론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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