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왜 주제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가
[교육논단] 왜 주제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가
  • 승인 2024.02.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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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영선초 교사
교육학 박사
얼마 전 선생님들과 주제 중심의 수업에 대한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교의 주제 중심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안을 서로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논의를 준비하면서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해 왔던 수업을 새롭게 떠올려 보게 되어 나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실 대구의 경우 꽤 오랫동안 학기별 혹은 학년별로 일정한 차시들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많은 선생님은 주제 중심의 수업에 대해서 익숙하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습자가 전 과정에 이어지는 활동, 그리고 결과 공유까지 포함하는 학습으로 현재도 꽤 많은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인 STEM, 혹은 STEAM 교육 역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 등과 같은 다양한 교과들이 주제를 중심으로 융합되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 탐구 기반 학습 역시 주제 중심의 수업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데, 학생들이 학습 과정의 중심에서 스스로 증거를 탐구하고 분석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학습이 일어난다.

한편으로 IB 초등과정인 PYP 프로그램에서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학문적인 주제로 수업을 설계한다. 각 교과목을 초월하는 주제나 문제, 이슈로부터 수업이 출발하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과목의 내용들이 경계 없이 섞여 들어간다. 그래서 초학문적 학습 역시 주제가 교과목보다 앞서게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지 모르면서도 학습하게 된다.

내가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주제 중심 수업의 각종 방법적 문제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논의의 시작점인 '왜 우리가 주제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이제까지 다양한 방식의 주제 중심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바빴지,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나는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제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식상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미래 교육'에 있다고 생각했다. 미래에서 요구되는 지식은 사실만을 바라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학생들이 40세가 되면 필요 없는 지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힘들지만 교육은 바뀌어야 함을 역설한다. OECD는 이미 학생들이 자신 자신의 길을 찾는 역량을 지향하는 '학습 나침반 2030'을 오래전에 제안하였고,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미래 교육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다만, 유발 하라리의 말과 같이,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현재 교육의 변화는 너무나 더디고 어렵다.

그래서 미래까지 가지 말고, 현재의 선상에서 우리가 주제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할 때라면, 뇌과학에서 설명하는 '의미'를 들 수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의미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배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배워지지도 않는다. 학교에서의 공부가 학생들에게 의미가 없다면 가치 있는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교육학자 데이비드 오수벨은 이와 관련하여 '유의미학습'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배움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 때 학습자는 스스로 집중하고, 몰입하고, 학습의 즐거움을 느낀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제안한다. 학생의 흥미나 관심, 삶의 방식, 강점 등에서 출발하는, 학생의 삶과 가까운 학습을 하는 것, 학생의 특성에 따른 개별화교육과 협력의 교육이 적절하게 병행되어 학생 참여를 강화하는 것, 편안하고, 실수해도 되는, 긍정적인, 열정이 있는, 새로움이 있는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나는 그러한 내용을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제 중심의 교육이 아닐까 한다. 교과서 역시 충분한 연구가 투자된 훌륭한 자료이지만, 교과서의 차례는 학생의 삶의 차례가 아니고, 학생들의 흥미나 관심을 충실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학생들이 더 몰입하고, 더 즐거워하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으로 진짜로 학습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래서 언젠가 그 학생들의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주제가 중심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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