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분노는 우울의 씨앗
[달구벌아침] 분노는 우울의 씨앗
  • 승인 2024.02.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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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우울'이라는 감정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짙게 깔려 있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우울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희망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자주 하는 듯하다. 나의 감정 때문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상대방과의 대화의 주제를 같이 하여,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함인 경우가 더 많다. 행복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으면 대화가 잘 안 되다가도,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하면 대화가 더 잘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우울이란 녀석은 참 무서운 녀석이다. 삶의 한 귀퉁이를 슬쩍 비집고 들어와서 어느 순간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나서는 야금야금 우리 삶을 망가트려 간다. 우울이란 녀석에게 삶의 한자리를 내어 준 사람은 마치 늪에 빠진 사람과 같다.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게 빠져드는 늪. 이제 우울이 우리 삶을 망가트리게 놔둬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우울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먼저 우울의 시작이 무엇인지? 우울의 씨앗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우울의 씨앗은 '분노'라는 것이다. 즉, 우울은 분노가 만든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우울을 잘 다루기 위해 분노부터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분노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뒤이어 허무함과 좌절감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이것에서 뿌리를 내리고 우울은 싹을 틔운다. 사실 화가 날 때 바로 화를 내고 적절히 발산해 버리면 기분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감정이 발산되면 속이 시원해지니까. 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오랜 시간 지속시키게 되면 내 몸은 망가지게 된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내 몸에 있는 상처를 계속 긁어 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아서 마지막에는 딱지가 떨어져야 하는데, 겨우 앉은 딱지를 손으로 억지로 떼니까 상처는 아물지 않는 것이다. 상처는 만질수록 덧난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긁을 때 처음에는 시원하게 느껴 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결코 시원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상처를 만들어낸다. 병균이 살아가는 방법은 가려움을 통해서다. 상처부위에 가려움을 만들어 내어 계속해서 그 부분을 긁게 만들고, 긁은 손을 통해서 그곳의 균을 또 딴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나쁜 균이 그렇게 긁는 행위를 통해 우리 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상처 부위를 긁어보면 안다. 처음에는 얼마나 시원한지, 시원함을 보상으로 주고 세균이 살아가는 것이다. 손을 안 대고 놔두면 금방 나을 상처인데 손대고, 딱지 자꾸 떼다 보면 상처는 낫지를 않고 더 나빠진다. 마치 그 모습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무수히 많은 잡풀이 자라서 금세 귀신이 나올듯한 흉가로 변하는 것과 닮았다. 분노도 마찬가지 잘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우리 몸과 정신을 우울로 덮어버린다. 물론 분노(화)를 할 수는 있다. 짧게 또는 지속적이지 않게 화를 내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이것을 오랜 시간 지속시키면 문제가 발생된다. 계속해서 화가 난 원인을 찾고, 그 장면을 곱씹으며 분노의 감정을 지속시키면 문제로 발전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우울은 싹을 틔운다. 그리고 끝없는 마음속 심해(深海)로 우리나라를 끌고 내려간다. 그 감정이 몇 달 동안 지속 되기도 한다. 불덩이를 들고 상대방한테 던지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다치는 것은 자기 손이다. 불덩이를 들고 상대방한테 던질 생각만 하지, 내 몸이 망가지고 내 몸이 끝이 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사람이 우울감에 휩싸였던 걸 기억할 것이다. 본인도 우울감에 빠져 한동안 삶이 힘들 정도였다. 왜 이렇게 우울감에 사로잡혔나 돌아보니 분노라는 녀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선장이 먼저 탈출하지 않고, 끝까지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힘을 썼더라면' '배가 잠기기 전, 빨리 아이들을 대피시켰더라면' '서해상의 모든 배가 달려가서 구조에 힘썼더라면' 이런 생각으로 분노의 감정이 생겼고 그걸 지속시켰던 탓이었다.

마음속에 분노(火)의 불씨를 조기에 잡아야 더 큰불로 번지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통해서 분노를 잡아도 좋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만나서 발산하는 것도 불길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불이 커져서 집을 다 태워버리기 전에 작은 불씨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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