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깊어지는 세대갈등
[기자수첩] 깊어지는 세대갈등
  • 승인 2024.02.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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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 사회부 기자
세대갈등이 심각해지더니 급기야 수영장에서의 폭행시비가 고소로 이어졌다. 대구 동구 주민 J(65)씨는 최근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중 같은 레인에서 뒤따르던 20대로 보이는 A씨가 3차례나 자신의 발을 터치하고 출발대에 멈춰 서있는 자신까지 부딪치고 가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천천히 가려면 방해가 되니 쉬었다 가라”고 하는 A씨에게 “나이도 먹고 빨리 갈 수 없으니 추월해 가라”고 말하면서 시비가 붙었고 A씨가 “늙은 게 벼슬이냐”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다는 것이 J씨의 주장이다.

수영장에서 앞 사람의 신체를 건드리는 것은 ‘비매너’인데 노인들 입장에서는 자신을 ‘거추장스런 존재’로 여기거나 ‘아쿠아 댄서’나 하라는 식의 모멸감을 주는 행위가 될 여지가 있다. 두 사람은 강사실로 가서 시비를 따졌고 강사가 일단 중재했지만 J씨는 “중재하니 마지못해 A씨가 인정은 했는데 신체 접촉에 대한 사과는 전혀 받지 못했다”며 폭행 및 협박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J씨는 “해당 청년의 신원을 확인하고 싶지만 사건이 벌어진 수영장 측과 경찰은 “별일 아니니 넘어가라”는 듯한 태도를 보여 더 화가 났다”고 했다.

A씨의 신원과 입장이 밝혀지지 않아 진실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소로까지 이어진 것이 안타깝다.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틀딱(틀니 딱딱거린다)’, ‘노인충’ 등은 온라인에서 일상적으로 쓰인다. 노인이 젊은 사람에게 지나친 행동을 일삼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가보훈부 산하 재단법인 ‘대한국인’이 지난해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세대갈등은 5점 가운데 4점을 받아 빈부갈등(4.16점)에 이어 2순위였다. 연구팀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최근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한 조사에서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이 크다”는 인식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세대갈등이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은 2020년 18%에서 지난해 37%로 두 배 올랐다.

전문가는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세대갈등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해졌다고 강조한다. 세대갈등 문제를 완화하려면 어느 한 쪽에게 존중이 강요돼서는 안 되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해 근본적인 부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이 직접 보편화되고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가정과 학교가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세대갈등으로 말미암은 사건·사고는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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