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 우포늪에 한국 최고 능소화 정원 조성을 꿈꾸며…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 이야기, 우포늪에 한국 최고 능소화 정원 조성을 꿈꾸며…
  • 전상우
  • 승인 2024.02.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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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춤 만든 교수
두루미 관심 가지며 춤 개발
생태융합 예술 몸으로 실천
‘예술+기술’ 새 영역 개척
흑두루미춤
순천대 전영국 교수의 흑두루미춤.

◇흑두루미춤을 만든 교수

지난 1월 순천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흑두루미춤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전영국 교수가 우포늪을 방문했다. 전 교수의 전공은 춤과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되는 컴퓨터교육학과이다. 생태에 두루미에 관심을 가지면서 흑두루미춤을 만든 것은 생태융합 예술을 몸으로 실천하는 삶임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창녕의 산토끼노래가 만들어진 이방초등학교와 T.V에 나온 우포늪 그리고 가야인의 금귀고리와 창녕형 토기 등이 발굴된 주매리 마산터 고분 등을 보여주고, 춤 공연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들으며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 교수와 함께 한 시간에서 못 들은 이야기를 요청하여 지면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흑두루미춤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전영국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날 순천시가 순천만과 흑두루미 홍보를 위해 운영하던 부스에 들러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013년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아고라 공연팀에 선정되어 버스킹을 하면서 흑두루미 동작을 조금씩 공연에 접목하였다고 했다.

전 교수가 들려준 ‘흑두루미 두리’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야산에서 발목을 다쳐 괴로워하던 이름 모를 검은 새는 지나가던 시민이 구해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 닭장에서 12년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새 닭이 되어버렸다. 날개짓을 잊고 지내다가 조류 전문가에게 다시 발견되어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순천만에 방사가 되었다. 하지만 야생 흑두루미들에게 왕따를 당하다가 끝내 무리 따라 시베리아로 가지 못하고 홀로 남게 되었다. 아무도 없은 순천만, 기온은 점차 올라가고 고민하던 두루미는 마침내 홀로 날개짓을 하면서 북쪽으로 날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해 주면 그들도 짠한 감동을 느끼곤 하였다고 한다.

흑두루미춤 창시자인 전 교수는 지나간 전통의 프레임에 갇히기보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두루미를 재해석하면서 각자 ‘지금 나만의 몸짓’을 다양하게 표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두루미춤을 추거나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공감해 주는 부분이 많아진 것에 나름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순천을 벗어나서 철원과 강화도 갯벌 등 두루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임에서 불러주고 교류를 하면서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큰 공부요 보람이라고 한다.

전영국 교수는 2013년 이후에 순천에서 열린 갈대축제를 비롯해 2023년에 10년만에 아고라 버스킹 공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남문화재단 그리고 순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다양한 방식의 흑두루미춤을 창작하여 공연했다. 2019년 프랑스 낭트시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하여 2021년 이후에 한중일 두루미를 소재로 부분적으로 공연하는 등 국제적인 교류 활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2023년에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방식의 갯벌두루미춤을 선보이면서 모션캡처 기반의 실험적인 예술을 시도하여 아트앤테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2023년에 아치볼트 박사와 철원에서 다시 만나서 국제적인 두루미축제에 대한 소개를 받았고, 올해에 국제두루미축제에 참가하여 공연을 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두루미를 주제로 하는 한국의 축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궁중학무와 민속학춤을 비롯해 현대무용까지 아우르는 시도가 없어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연-두루미-사람의 맥락에서 두루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감동하는, 시민들이 설레면서 기다리는 두루미축제가 국내에 생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이가 들어도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놀이터와 놀이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50대 후반이나 60대 초에 직장을 퇴직하고 또 일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를 알아내고 전문성있게 개발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18년 영국에 외로움 담당 장관직이 생겼고, 2021년에는 일본에 고독과 고립 담당 장관직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 우울증이 있거나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즐거워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혹 독자분들 중에서 외롭거나 우울하다고 생각되어 연락 주시면 함께 할 방안을 찾고 싶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자신이 미리 미리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스스로 즐거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 사회가, 정부가 손을 내밀어 다 같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능소화정원
대구 수성구 망월지 주변의 능소화 정원.

망월지의 능소화
15년이나 자라 나무 된 능소화
생태관 조성 앞두고 이사 서둘러
우포늪 인근 100여그루 심어
많은 사람들이 보며 즐기기를


◇망월지의 능소화 이야기

다음날 대구 집 부근 목욕탕에 가고자 집을 나왔다. 목욕탕 부근의 망월지에서 산란한 두꺼비 알들도 보고 싶었다. 망월지는 전국에서 유명한 최대 두꺼비 산란지이다. 망월지 밑에는 밭이 있고 농사를 짖고 있다.

그 밭에서 능소화 줄기들을 전지하는 분을 보고서 다가가 인사를 하였다. “능소화가 너무 예뻐서 제가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만들려는 능소화 정원의 모델입니다. 이리 만나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 하고 말을 걸었다. 능소화를 좋아하는데 작년에 이곳에서 핀 두 그루의 능소화를 보고서 놀랍기도 하고 반가웠다. 이렇게 가까이에 멋진 능소화가 있다니 하면서 몇 번을 오가면서 그 능소화들을 보고 감탄을 여러번 하였다. 내가 운영하는 밴드에도 사진을 올려 소개했다. 드디어 그날 그 능소화들의 주인을 만난 것이다.

그분은 망월지 생태관이 지어진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는데 그 이유가, 나이든 자신의 놀이터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이름이 최용수라는 그 분은 이 놀이터에 하루에 3번도 온다고 했다. 심은 식물들 자라는 거 보며 “아유 애들 잘 크네” 인사도 하면서 말 그대로 힐링(치유)이 되는 그분의 천국에서 즐겁고 행복했단다.

나는 장년층과 노인 분들에게는 자신만의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기르고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렇죠. 저도 아주 작게 식물들을 기르고 있어 그 마음을 알지요“ 라고 했다.

20여 년 그 밭을 지나가기만 하고 들어가 보지 못한 밭 안으로 들어가니, 콘테이너가 있었고 안에는 냉장고와 건조기도 보였다. 건조기는 고추 말릴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망월지 생태관 짖는다고 보상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능소화를 가져가라고 하였다. 처음엔 밈기지 않았다. 한해 두해도 아니고 어언 15년을 기른 정이 많이 든 식물들이다. 옆을 보니 능소화의 뿌리에서 굵기가 3센치 정도나 되는 능소화들과 더 어린 능소화들이 보였다.

15년이나 자라 나무가 된 능수화를 옮겨 심어도 살까하는 걱정이 되어 식물 전문가인 모만호 선배님께 전화로 물어보니, 작은 뿌리들을 최대한 담아서 가져가면 잘 산다고 하였다. 줄기들이 완전히 부셔지지 않는 한 접착제로 붙이면 1년 정도 지나 다시 산다고 하였다.

오래 전 부터 굵고 꽃이 많이 피는 능소화 갖기를 원했다. 우포늪 인근 산과 밭에 능소화를 100 그루 정도 심어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 최고의 능소화 정원을 만들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다양한 능소화를 심을 생각이다.

적절한 보상을 하고 대구 수성구 망월지 밑에서 우포늪으로 능소화나무 이사를 할 예정이다. 모 선배님은 3월 초 까지 잎이 나오기 전 옮기고, 나무 심을 곳은 미리 파서 가져오면 바로 심어라 조언하였다. 두 분께 감사드린다.

그 멋진 능소화와 어린 능소화를 햇빛 잘 드는 곳에 옮겨 심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서 사진 찍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같이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하나의 점이라도 만들게 된다면 행복하다.

노용호<경영학박사·한국생태관광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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