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정치의 계절: 행복 총량의 법칙
[대구논단] 정치의 계절: 행복 총량의 법칙
  • 승인 2024.02.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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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나만의 행복에는 항상 총량이 있다. 한편 ‘나’ 대신 ‘우리’의 행복추구에는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는 누구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동물도 자신의 먹이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동물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지만, 가족에서부터 우리 지역, 우리 국가, 인류와 자연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행복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정도와 범위에 따라 개인 삶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오직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심(利己心)은 곧 불행으로 바뀐다. 예를 들면 아무리 편안하게 누워있어도 30분만 지나면 곧 고통(苦痛)으로 바뀐다. 반면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타심(利他心)은 저수지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을 행복한 세상으로 안내하게 된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 4월 10일 총선(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자는 자신이 잘났다고 선전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다. 모두 개인의 행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자신이 잘났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진정 지역구민과 나라, 인류를 위해 자신의 행복 대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는 어느 산이 더 높은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만 서로 자기가 더 높은 산이라고 우기고 있다. 하지만 높은 산은 반드시 골도 그만큼 깊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세상에 어떤 산도 스스로 더 높아지는 법은 없다. 높은 것은 자연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흘러내릴 따름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골이 깊어지면 산은 저절로 높아지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항상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모든 물은 흐르고 흘러 수많은 계곡의 물과 합류하여 바다로 가고 3.5%의 소금이 전체 바닷물을 짜게 만든다. 물은 세상에 온갖 더러움을 안고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로 가지만 오염된 물질을 스스로 정화하여 수많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깨끗한 터전으로 바꾼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계속해서 평균을 밑도는 시민들의 삶을 평균 위로 올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스스로 높아지려는 것은 시장(市場)의 기본적인 역할이자 철학이다. 시장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한다. 한편 정부는 시장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최소한의 역할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도 성장 증후군에 빠져 파이를 키워 부자들의 입속으로 넣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이고 인간을 제외한 어떤 동물도 먹이든 집이든 자신의 부를 후세에게 물려 주지 않는다. 인간만이 끊임없이 자신의 부를 자식들에게 물려 주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며, 그것도 모자라 정부에서 앞장서서 파이를 키운다는 명목하에 빈부격차, 세대갈등, 성차별 등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도 자신이 높다고 끊임없이 자랑할 것이 아니라 모든 물이 계곡으로 흘러내려 강을 이루고 바다에 도달하면서 자연을 정화하듯이 오만과 독선으로 서로 싸움만 일삼는 정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낮은 곳으로 임하도록 노력하고 시민들도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각종 권한과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으며 동학혁명에서부터, 3·1만세 혁명, 4·19, 5·18을 거쳐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을 기반으로 이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890대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혁명을 이룩한 나라이며, 끝없는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었다.

이제 정치인도 환골탈태하여 ‘나’만의 행복 대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건국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우리도 좀 염치 있는 사회가 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가 나서서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시기가 되었으며, 최소한 어린이가 굶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기심에 근거한 나만의 행복추구를 내려놓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을 바꾸어 행복 총량 제한을 넘어 행복이 무한 재생산되도록 하는 길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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