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호주를 돌아다녔다. 얼굴과 팔은 새까맣게 탔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 아침과 낮에는 해변과 공원 그리고 도심을 걷다가 저녁이면 좋은 공연을 찾아다녔다. 굳이 우리와 비교하자면 사람의 경우, 역시 성악은 한국이 강국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뮤지컬과 발레는 그들의 오랜 역사와 저변에서 나오는 힘이 대단했다. 그리고 하드웨어는 비교적 최근(?)에 지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뿐만 아니라 100년도 훨씬 지난 정말 아름다운 공연장들이 각 도시마다 즐비했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무대·음향·조명에 대한 확실한 투자와 그것을 수준 높게 다루는 인력이 풍부하다는 것이었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SOH)
정말 기대했던 SOH에서 정작 오페라공연은 보지 못했다. 꼭 보려했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느긋하게 생각하다 티켓이 매진되고 말았다. 대신 젊은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공연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의 공연 수준과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을 비교해 보았을 때 지금의 극장관계자들은 이런 공연장을 만든 선배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의 대표적 아이콘이 된 이런 시설의 명성으로 언제나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인다. 후배들이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날 공연은 매년 같은 타이틀로 지속되는 주요 라인업 중 하나인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비하여 실망스런 공연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이곳을 찾았다는 생각에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되는 것 같다.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로열 보태닉 가든’이 나온다. 왼쪽의 ‘록스’가 호주 이주역사 시작의 현장이라면 이쪽은 갈고 다듬은 정원과 해변길이 아름답다.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 중 한곳이라고 불리는 이유의 핵심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멋진 공연(장)과 아름다운 정원 산책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해변에서 보내는 망중한. 이런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합을 만들어낸다.
△시드니 캐피톨 극장(Capitol Theatre)
발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이 무대에 올랐다.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한 이곳은 130년 전에 2094석으로 만든 매우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뮤지컬을 주로 다루는데, 공연을 본 관객들의 평이 압도적이다. 보통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시드니 시민들도 발레 공연을 앞둔 이날만큼은 한껏 멋을 부려 차려입었다. 지정 문화유산답게 내외관이 정말 아름답다. 특히 2층 로비천장은 꼭 푸른 하늘같은 조명연출과 공간 구성이 환상적이었다. 저녁을 느긋이 먹고 이곳에 오면 모든 공간이 벌써 작품 속으로 안내 하는듯한 느낌이 든다.(나는 이런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발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발레단의 수준만큼 무대연출이 압권이었다. 여러 가지 특수효과와 영상 그리고 조명으로 환상적 세계를 그려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장면도 많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단원들이 있다. 이천석이 넘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멜버른 ‘여왕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
이곳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감상하였다. 약 140년 전 1700석 규모로 지은 매우 아름다운 문화재급 극장 객석에서 맥주·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낯설었다. 바닥에 카펫이 깔렸는데 여기서 먹고 마셔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이렇게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며 공연을 기다린다. 엄청 시끄러운 식당 같은 분위기에서 막이 오르자 순간 작품에 집중하며 적극 반응하는 관객들이었다. 안정적 노래와 자연스러운 연기 그리고 효과적 연출로 점점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려 마지막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폭발했다. 나 역시 벌떡 일어나 함께 박수로 리듬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시드니 세인트 메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
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와 인접한 고딕양식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 대성당에서는 매주일 열시 반에 장엄미사(Solemn Mass)를 드린다. 대부분의 전례를 합창으로 하는 미사를 매주 올린다는 것에 일단 놀랐다. 주교와 함께 입·퇴장하는 성가대는 전통적인 보이소프라노와 성인남성들의 앙상블이 뛰어났다. 기계음향을 배제한 채 거대한 성당 공간을 울리는 그들의 합창은 감동적이었다. 어린 단원들은 많은 지원 속에 매일 성당에서 엄격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시민들이 향유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양질의 적절한(?) 작품이 풍족한 호주의 현장을 보며, 음악에 관한한 대단한 아티스트와 인프라를 갖춘 우리! 그러나 점점 양극화 되어 그 중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SOH)
정말 기대했던 SOH에서 정작 오페라공연은 보지 못했다. 꼭 보려했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느긋하게 생각하다 티켓이 매진되고 말았다. 대신 젊은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공연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의 공연 수준과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을 비교해 보았을 때 지금의 극장관계자들은 이런 공연장을 만든 선배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의 대표적 아이콘이 된 이런 시설의 명성으로 언제나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인다. 후배들이 감사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날 공연은 매년 같은 타이틀로 지속되는 주요 라인업 중 하나인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비하여 실망스런 공연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이곳을 찾았다는 생각에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되는 것 같다.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로열 보태닉 가든’이 나온다. 왼쪽의 ‘록스’가 호주 이주역사 시작의 현장이라면 이쪽은 갈고 다듬은 정원과 해변길이 아름답다.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 중 한곳이라고 불리는 이유의 핵심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멋진 공연(장)과 아름다운 정원 산책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해변에서 보내는 망중한. 이런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합을 만들어낸다.
△시드니 캐피톨 극장(Capitol Theatre)
발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이 무대에 올랐다.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한 이곳은 130년 전에 2094석으로 만든 매우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뮤지컬을 주로 다루는데, 공연을 본 관객들의 평이 압도적이다. 보통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시드니 시민들도 발레 공연을 앞둔 이날만큼은 한껏 멋을 부려 차려입었다. 지정 문화유산답게 내외관이 정말 아름답다. 특히 2층 로비천장은 꼭 푸른 하늘같은 조명연출과 공간 구성이 환상적이었다. 저녁을 느긋이 먹고 이곳에 오면 모든 공간이 벌써 작품 속으로 안내 하는듯한 느낌이 든다.(나는 이런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발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발레단의 수준만큼 무대연출이 압권이었다. 여러 가지 특수효과와 영상 그리고 조명으로 환상적 세계를 그려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장면도 많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단원들이 있다. 이천석이 넘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멜버른 ‘여왕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
이곳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감상하였다. 약 140년 전 1700석 규모로 지은 매우 아름다운 문화재급 극장 객석에서 맥주·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낯설었다. 바닥에 카펫이 깔렸는데 여기서 먹고 마셔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이렇게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며 공연을 기다린다. 엄청 시끄러운 식당 같은 분위기에서 막이 오르자 순간 작품에 집중하며 적극 반응하는 관객들이었다. 안정적 노래와 자연스러운 연기 그리고 효과적 연출로 점점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려 마지막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폭발했다. 나 역시 벌떡 일어나 함께 박수로 리듬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시드니 세인트 메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
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와 인접한 고딕양식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 대성당에서는 매주일 열시 반에 장엄미사(Solemn Mass)를 드린다. 대부분의 전례를 합창으로 하는 미사를 매주 올린다는 것에 일단 놀랐다. 주교와 함께 입·퇴장하는 성가대는 전통적인 보이소프라노와 성인남성들의 앙상블이 뛰어났다. 기계음향을 배제한 채 거대한 성당 공간을 울리는 그들의 합창은 감동적이었다. 어린 단원들은 많은 지원 속에 매일 성당에서 엄격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시민들이 향유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양질의 적절한(?) 작품이 풍족한 호주의 현장을 보며, 음악에 관한한 대단한 아티스트와 인프라를 갖춘 우리! 그러나 점점 양극화 되어 그 중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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