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친혼 제한 범위 완화는 시기상조이다
[사설] 근친혼 제한 범위 완화는 시기상조이다
  • 승인 2024.02.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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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촌 이내 혈족, 6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된 근친혼 제한 관련 법률을 ‘4촌 이내 혈족과 직계 인척’에 대해서만 금지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균관과 전국 유림을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아직 개정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법무부가 2022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제815조 제2항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4.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라고 판결함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여 가족 간 혼인을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였고, 법무부가 보고받은 ‘친족 간 혼인의 금지 범위 및 그 효력에 관한 연구’에서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보다 크게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현행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근친혼 제한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알려지면서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내용을 살펴보면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라는 민법 809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조항을 어기고 한 결혼을 무효로 하는 제815조 제2호에 대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즉 8촌 이내의 혈족 간에는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모르고 결혼한 경우까지 무효로 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판결을 내린 이유는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미 근친혼이 이루어져 부부간의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킨다면, 오히려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헌재가 금년 말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개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조항 자체가 사라지는 입법 공백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어떤 형태로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 온 근친혼 금지 기준을 성급하게 완화해서는 안 된다. 자칫 결혼문화에 대한 급진적 변화는 가족 해체와 도덕성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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