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평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수요칼럼] 평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
  • 승인 2024.03.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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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4.10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각 당의 공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래 공천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이나 억울함이 상시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당에서는 시스템 공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공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아 보인다. 어떤 후보들은 시스템 공천에 승복하지 못하고 탈당을 선택하거나 당을 옮기기까지 한다. 사실 필자가 볼 때에도 소위 시스템 공천이라는 후보 평가시스템에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 문제는 평가의 본질과도 관련된 것이기도 하며, 시스템을 운영함에 있어서의 미숙함과도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중심으로 평가 시스템이 가지는 본질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사실 평가는 조직에서 수행이 나쁜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보다는 잘하는 사람의 특성을 찾아 조직의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 것이 주된 본질이다. 왜냐하면 조직이 평가를 하는 주된 이유는 곧 조직이 더 성공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수행이 우수한 사람의 특성을 평가를 통해 도출하고 다른 조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우수한 수행의 방법과 목표를 명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수행이 너무 떨어지는 사람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은 주된 목적이 아닌 부수적인 목적이다. 그 이유는 수행이 떨어지는 사람을 아무리 조직에서 이탈시킨다 한들 조직의 수행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의 수행과 성공은 수행이 저조한 직원들이 적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수한 조직원들이 많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양당의 시스템 공천은 적절한 평가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평가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하위 10%나 20%를 결정하는 것보다 상위 10%가 어떤 수행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총선을 거치고 나면 더 우수한 국회의원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고 아울러 차기 총선에 참가하기를 희망하는 잠재 후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방향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컷오프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 것 같아 보인다. 가령 하위 10%를 받은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의 경우 왜 그러한 평가가 나왔는지에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도 상위 10%가 어떠한 수행을 보였는지가 함께 제시된다면 그러한 의문과 평가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규정 상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평가를 했다면 적어도 우수한 수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 부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결국 당에서 요구하는 의원의 모범 수행이 무엇인지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결코 더 나아가거나 발전할 수 없다. 사실 총선의 후보자 공천은 누구를 후보로 추천하는 가의 결정도 있지만, 어찌 보면 더 나은 정당과 국회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기회일수도 있다.
그리고 평가의 기준은 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에 임한다면 공정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평가는 결국 조직이 더 우수해지고 성공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고자 할 때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평가의 기준이 우수한 수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 의원이 국민들이 원하는 수행과 노력들을 더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러지 못한 듯하다. 이는 공천 시스템의 기준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총선까지 그리고 모든 후보자들이 결정되기 전까지 공천에 대한 잡음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이러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시스템 공천이라는 기준 잣대가 제대로 갖추어 질 필요가 있다. 왜 평가하고 왜 그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시스템 공천은 단순한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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