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봄에게
[좋은 시를 찾아서] 봄에게
  • 승인 2024.03.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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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화련 시인

봄아, 봄아

새벽 댓바람에 으스러지고

꽁꽁 얼어붙은 깃 꿍꿍거려도

숨죽여 부를 노랫가락 있다면 좋겠다

차가운 댓잎은 푸르기만 하고

신우대 꽂은 한파에 태동이 묘연하니

들의 냉기는 활시위처럼 탱탱하다

봄물 녹녹히 녹아들면

물 입김 아른거리는 대지로 번져

이내 돋아라 파릇한 봄아,

봄 햇살 그린 날이면

어머니 향내 나는 냉이된장국

끓여야겠다

◇채화련= 2015년 현대시선 등단, 대구시인협회 회원. 저서 ‘날개로 지은 연서’.

<해설> 시인은 어떤 상황이든 현재는 모질게도 춥다. 하여 얼른 봄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기온이 가장 내려가는 새벽 댓바람 속이고, 깃도 꽁꽁 얼어붙었고, 숨죽여 부를 노래조차도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다. 하여 부르는 봄아, 봄아는 더 애절하다. 3연의 차가운 댓잎, 태동이 묘연한 신우대 꽃, 들의 냉기는 탱탱한 활시위에 걸어 날려버려야 할 갈망의 대상인 것이다. 이런 모든 정황을 바꿔줄 요소는 결국 봄물이자 물의 입김인 것. 얼음이 물로 바뀌는 어떤 작용이 시인에게는 현재 매우 절실하다. 결국 물이 밀어 올린 것이 냉이라면 그 냉이는 그냥 냉이가 아닌 어머니 향기인 냉이된장국으로 그려놓고 있음이 이 시의 압권이다. 결국 어머니를 찾는 것은, 춥다는 의미에 외롭다는 의미가 덧대어진 것으로도 보인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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