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탁윤아 경북청년봉사단장 “서로의 안녕이 최우선인 ‘사랑’ 기반 공동체 형성돼야”
[나는 청년입니다] 탁윤아 경북청년봉사단장 “서로의 안녕이 최우선인 ‘사랑’ 기반 공동체 형성돼야”
  • 윤덕우
  • 승인 2024.03.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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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한 이웃의 관심·지지
청년들은 못 겪어본 것 같아
서로 의지 가능한 사회 조성”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목표
자발적으로 모인 100여명
시즌별 봉사계획 수립·활동
청년 문제 해결 열쇠 ‘연대’
봉사하면서 지지 문화 정착
위기의 순간 ‘안전망’ 작동
탁윤아 단장2
2020년 청도 긴급태풍피해수해복구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에 나선 경북청년봉사단.

△아프니까 청춘이다

필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청년기의 도전과 시련을 통한 성장과 발전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마치 필수적인 통과 의례처럼 여기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인식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간주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청년 자살문제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 청년층에서 자살률이 높은 편이다. 다시말해 현재의 청년세대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청년세대에게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가 소멸될 수 있다’ 등의 경고와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라’라는 사회적 강요는 뭔가 서글프게 한다. ‘저출생이 문제이니 아이를 낳아라’라는 진단과 처방은 단순 명료하지만 청년들이 직면한 복잡한 현실과 그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결론이다.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은 청년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며, 그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복과 사랑을 주고받는 문화 조성의 시급성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와 높은 경쟁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보는 시간과 여유를 감소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혹자들은 시대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처럼 해석하며, MZ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현재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 것처럼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이기도 하며,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시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을 ‘공동체 돌봄’에서 찾아보자는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의 경우 ‘늘봄학교’를 통해 바쁜 부모의 공백을 지역사회가 메워주자는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서비스가 없는 것 보다야 나은 게 사실이다. 일하는 부모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정책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빠져있다. 바로 ‘사랑’이다.

과거,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공동체 기반의 돌봄에는 사랑과 신뢰가 전제되어 있었다. 1980년대를 지나 핵가족이 일반적인 가족형태로 바뀌게 되면서 사랑과 신뢰보다는 시스템적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서적 소외는 가속화되었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는 세대가 현재의 청년세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다음세대를 위한 실천방법을 ‘봉사’에서 찾은 탁윤아 단장

경북에는 정말 특별한 봉사단체가 있다. 2020년에 만들어진 봉사단체 ‘경북청년봉사단’은 소외된 이웃은 물론 주위 청년들과의 연대 및 정서적 지지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봉사단체이다. 현재 청년봉사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20~30대 청년들은 약 100여 명이다. 이들은 경상북도 전역에서 ‘보다 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미션에 공감하고 모여든 자발적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각종 재해 현장 봉사활동을 비롯하여 크리스마스 사랑의 연탄 나눔, 깨끗한 경로당 만들기 등 시즌별 봉사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에서 청년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탁윤아 단장(現, 언니농부(주)농업회사법인 대표)이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복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서 정서적 지지기반이 정말 단단했거든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넘치게 받은 사랑, 신뢰로운 이웃 어르신들께 받은 진정성 있는 관심이 지지기반이었죠.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이런 지지기반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이웃의 개념 자체를 경험해 본 적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많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저는 저희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사회가 주위 사람들로 인해 따뜻해질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소외되는 이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그래서 저보다는 다음 세대의 청년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을 소명으로 삼게 됐죠.”

△저출생 문제는 청년의 삶을 돌보는데서 시작

‘청년’과 ‘봉사’라는 키워드는 이상적이다. 그리고 그 조합이 궁금해진다. 청년이 어떤 연유로 봉사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고 있는 ‘현실청년’의 이미지와 ‘봉사’는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탁윤아 단장은 청년세대와 어떤 일을 함께 행함에 있어 ‘왜(Why)’라는 설득력 있는 논리로 ‘어떻게(What)’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역할과 보람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다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저희 봉사단은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봉사 경험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불러들이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규모가 커졌죠. 이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경험은 ‘역할’과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왜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요구 됐죠.”

탁윤아 단장이 이끄는 봉사단의 활동이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문화였다. ‘봉사’라는 공통된 미션 아래, ‘서로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것이 원동력이었다. 사회적 연대와 정서적 지지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년들이 위기의 순간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돌보는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인구 통계의 변화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정책 사업을 통해 돈을 얼마나 써야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저는 그보다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고, 정서적 지지기반을 동료들에게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제 동료들은 청년 문제를 ‘봉사’라는 키워드로 해석하였고, 실천방법을 고민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탁윤아 단장이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각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보육정책은 청년봉사단에서 추구하는 바와 닮아 있었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우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요.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죠.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사랑’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사회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인위적인 돌봄 정책은 ‘사랑’또한 인위적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크게 신뢰하기는 어렵죠. 저는 청년 부모들이 우려하는 돌봄 문제의 근원은 ‘사랑’을 전제로 한 지지기반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현세대가 새롭게 써내려갈 ‘지역 공동체 문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탁윤아 단장이 제안한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의 요지는 명확하다. 좀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개인, 이웃, 동료의 안녕을 최우선하는 공동체적 태도의 함양의 강조이다. 지역사회에서 개개인의 정서적 지지기반이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저출생 문제도 돌봄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탁윤아 단장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활동들로 저출생 문제와 돌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선구자였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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