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경제’라 쓰고 ‘정치’라고 읽는다
[박명호 경영칼럼] ‘경제’라 쓰고 ‘정치’라고 읽는다
  • 승인 2024.03.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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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이제 총선이 한 달 앞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관심이 온통 4월 선거에 몰렸다. 날로 심각해지는 의료대란 소식조차도 누가 국회에 입성할 것인지에 대한 말씨름에 파묻혀 버린 듯하다. “인간은 본래 정치적 동물”이라고 설파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은 이미 정치에 매우 민감하다. 심지어 정치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나라 걱정이 태산이다. 모두가 자신의 경륜과 능력을 내세워서 국민과 국가에 자신을 온전히 헌신하겠다고 공약한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유권자들의 소리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다짐한다. 겸양의 자세와 소명의 일념을 선전하기도 한다. 자신을 버려서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국일념의 대단한 각오겠지만 유권자의 믿음은 확실치 않다.

후보자들은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내겠다고도 한다.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그들의 약속과 다짐, 실천 의지와 능력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들이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더구나 민생경제에 대한 그들의 기본 지식도 의문이다. 최소한의 경제 지식 테스트만이라도 통과해야 국회의원 후보자가 되게 하는 것은 어떨까.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라는 단체가 있다. 과문한 탓인지 이 단체가 민생경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의 생존과 가치 있는 삶에 필수 요소다. 그것은 당연히 국민의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초저출산 현상도 실상은 먹고사는 문제에 달렸다. 삶의 경제적 가치와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야 출산과 육아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렇듯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경제가 어려웠던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내세웠던 구호다.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무기다. 유권자들의 진정한 속내를 제대로 간파해서 만든 선거 운동 문구다. 이처럼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삶의 가치를 보장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가치는 삶의 핵심 명제다. 누구라도 가치 있는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인생에 대한 평가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가에 달려있다. 기업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인 드러커는 명저 ‘매니지먼트’에서 “고객 가치를 창조해서 고객에게 새롭고 차별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므로 기업은 언제나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생활과 행복을 돌보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미래의 가치 있는 삶을 꿈꾸며, 특히 젊은이들이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는 일등 국가다. 그런데 요즘 빚에 쪼들리는 우리 청년들이 꿈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20·30세대 젊은 사장’들의 꿈이 무너지고, ‘다중채무 연체자’를 양산하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빚에 시달려서는 평안한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달콤한 꿈을 꾸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국가지도자는 국민이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경제 번영으로 국민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나아가 국민이 바라는 경제적 삶의 가치를 국민이 원하는 방식대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이 경제적 삶에서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소상하게 알아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유기적 연결이 정말 중요한 까닭이다. 특히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민생 현장에서 국민과의 인간적 스킨십은 필수다.

모든 지도자에게는 ‘말로만’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국민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철저히 봉사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무엇이 중한데?’라는 질문에 모든 지도자가 ‘국민의 삶의 가치’라고 멈춤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는 경제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경제’라고 쓰고, ‘경제’라고 읽는 그런 지도자를 국민은 원한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 민생경제의 회복은 매우 더디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국가지도자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달성하는 성취의 대부분은 국가가 결정한다. 잘 작동하는 국가의 국민은 풍성한 삶을 살게 된다. 반면 실패한 국가의 삶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인 홍콩과기대의 김현철 교수의 말이 새삼 다가온다. 우리 국민은 지금 300명에 달하는 선량들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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