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아동 성추행 복싱관장 감형 노린 ‘기습공탁’ 우려
11세 아동 성추행 복싱관장 감형 노린 ‘기습공탁’ 우려
  • 류예지
  • 승인 2024.03.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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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못하도록 판결 직전 공탁
빈번한 악용 사례 피해자만 억울
“탄원서 밖에 할수 있는 게 없어”
지원단체, 엄벌 촉구 서명운동
11세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복역 중인 가해자가 기습공탁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일방적 감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이를 두고 공탁 특례를 악용한 ‘꼼수’라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나섰다.

대구 달성군의 한 복싱관장 A씨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9개월간 당시 11세이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A씨는 피해자 B군의 바지와 속옷을 강제로 벗기고 화장실에 데려가 마스크로 눈을 가린 후 ‘촉감놀이’를 하자며 자기 신체 일부를 만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0일 대구여성의전화와 피해자 가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 피해자의 집에 “수감 과정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편지를 보냈다.

피해자 측은 “A씨가 1심에서는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공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형사특례 공탁 제도란 법원에 합의금(공탁금)을 맡길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해자의 합의 강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이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판결 직전 공탁하는 ‘기습공탁’이 감형을 위한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빈번한 악용 사례에 피해자 측만 동의 없는 감형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B군의 어머니는 “아이는 상담을 받고 병원에 다니느라 학업에도 지장이 간다. 특히 낯선 어른을 만나면 아직도 불안에 떤다”며 “부모인 나도 병원에 다닌다. 아이의 동생들도 모두 눈치를 보느라 1년새 온 가족이 엉망이 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문제를 두고 가해자 측은 일방적으로 사과편지만 보내왔다. 어떤 규칙인 것처럼 재판 전 감형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돈이 많은 사람은 공탁금을 많이 내고 그에 따라 형량이 줄 것이다. 피해자인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탄원서 제출 외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공탁 제도를 비난했다.

B군을 지원하고 있는 대구여성의전화는 지난 4일부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A씨에 의한 피해자들이 더 많다며 또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가 운영하던 복싱장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에 해당하는 업종’이 아닌 탓에 출소 후 다시 영업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가 초범인 탓에 신상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다른 체육관을 열고 운영하더라도 범죄 여부에 대해 알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구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공탁 제도를 악용해 가해자의 반성문이 피해자 합의 없이 감형에 영향을 미쳐서 참작되는 게 문제”라며 “구형이 원래 8년이었다가 5년으로 줄었다. 더이상의 감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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