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호주 유람기-미술관과 도서관
[문화칼럼] 호주 유람기-미술관과 도서관
  • 승인 2024.03.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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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호주 여행을 통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공연의 질적·양적 수준과 인프라도 상당하지만 전시 관련 수준과 저변이 상대적으로 더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월드클래스의 빼어난 건축물이 있기에 전시가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또한 문화재급 건물에 실내공간이 탁월한곳이 많다.

아무튼 시민들이 집을 나서면 도처에서 이런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우리 역시 그러하지만 그 하드웨어는 솔직히 매우 부럽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시

많은 미술관·박물관을 찾았다. 우선은 이런 공간들 자체가 작품이었다. 고색창연한 미술관과 더불어 새롭게 지은 것들은 대체로 해체주의 건축물들이 많았다. 오래된 공간 옆에 떡하니 이런 것들이 함께 자리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향은 전시 구성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았다. 특히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NGV-해체주의 건축은 아니다)의 전시는 18세기 유럽회화 작품과 미디어아트가 한 전시실에 함께, 또는 회화 작품과 조형물을 같이 전시하는 등 이종(?)을 시종일관 함께 펼쳐 나가는 점이 눈에 띄는데 아주 세련됐다는 느낌이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SW)은 그리스코린트식 건축양식의 남관과, 분위기가 완전 다른 유리외벽의 모던한 북관 이렇게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남관)와 루이스 부르주아(북관)전시가 지금 열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미술관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을 회화로 표현한 칸딘스키 작품 바로 앞에서 중국 연주자에 의해 역으로 칸딘스키 그림의 정서를 동양의 오음음계로 표현하는 발상이 재미있다.

부르주아의 작품은 낮과 밤으로 나누어 낮의 세계는 지상에, 밤의 세계는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는데 백 개정도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족히 십 미터는 넘는 천고의 컴컴한 공간에 적절한 배치와 조명연출로 그의 밤의 세계가 환상적으로 그려졌다. 서로 다른 요소들을 잘 버무려 내는 수준이 상당하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영상 작품이,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이것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멜버른의 호주영상센터(ACMI)는 그 이름답게 영상의 역사부터 이머시브 전시까지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많은 전시에 어떤 식으로든 영상작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공연에서도 그렇다. 이게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도서관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SLNSW)은 그리스신전 같은 미첼도서관과 현대식 딕슨도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미첼도서관은 외양도 아름답지만 고풍스러운 거대한 내부는 장관이다. 자연채광이 비치는 높은 천장아래 벽에는 책이 가득하고 플로어에는 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족히 60개는 넘을 듯했다.

멜버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LV)은 항상 조용한 시드니의 SLNSW와 달리 실내가 시끌벅적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요 관광 상품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공간은 햇빛이 흘러드는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공간아래 여덟 갈래로 배치한 책상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만 SLV내에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책 읽을 공간이 여럿 있다.

시드니 달링하버 인근을 걷다보면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의 시그니처가 표현된 ‘더 익스체인지’라는 건물이 나온다. 이곳은 유명식당들과 어린이집이 있는데 여기에도 도서관이 있다. 이 금싸라기 땅의 주요 상업시설(복합문화시설이라고 부르긴 하지만)에 도서관이 있다.

고풍스럽거나 최신시설의 정말 절로 책 읽고 싶은 마음이 들고, 창의력이 샘솟을 것 같은 아름다운 도서관이 많다. 집에서 책 한 권만 들고 나오면 된다. 그들의 일상 속에는 조금만 부지런하고 약간의 투자(공연은 대체로 고가이긴 하지만)만 하면 즐길 수 있는 양질의 문화예술콘텐츠가 풍부하다.

호주가 세계예술계를 이끌어가는 나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빛나는 선도국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예술에 관한 한 생산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우 수준 높게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결과가 증명한다.

이런 나라들은 명품만 찾지 않는다. 예술에 관한 것 뿐 만아니라 모든 것이 그렇다. 거리를 다녀보면 명품을 걸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자체 제작역량으로 만든 양질의 콘텐츠들을 그들은 사랑하고 기꺼이 즐긴다. 예술에 관한 것도 명품을 주로 찾는 예술소비국가의 허리는 점점 약해져 결국 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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