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전화 한 통이 어려운 MZ세대
[대구논단] 전화 한 통이 어려운 MZ세대
  • 승인 2024.03.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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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최근 업무상 전화 통화를 힘들어하는 신입직원을 보고 ‘콜 포비아’의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아 업무처리를 하기 위해선 거래처나 고객과 협업하는 내용의 통화가 필수적인데 신입직원은 전화 통화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통화할 내용을 정리해서 대본을 만드느라 하루를 보냈다고 하는데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는 것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듯 최근 MZ세대 특징 중 하나로 전화 통화를 어려워하거나 심지어 공포마저 느끼는 것을 ‘콜 포비아’라고 하는데 전화와 공포가 합성된 신조어이다.

‘콜 포비아’는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면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더욱 두드러진 현상으로 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변화된 사회에서 더욱 견고하게 자리 잡는 분위기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코로나19 상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대면 상황이 일상화된 채 얼굴 마주할 기회도 없었던 코로나19 상황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코로나19 탓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석연찮다.

사실 최근의 청소년과 MZ세대는 감정을 공유하거나 협업을 어려워하면서 갈수록 관계 맺기를 힘들어한다. 전화공포증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관계맺기에 관한 문제인데 특히 짧은 메시지 위주로 소통하는 MZ세대는 전화보다는 문자나 메일 또는 SNS를 훨씬 편하게 느낀다. 그러나 급한 일을 처리하거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거나 업무 조율이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전화로 통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을 애써 피하려고 한다.

전화공포증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비단 업무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전화 통화보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이는 낯선 상대와 전화하는 것이 불편해서일 것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미리 고민을 하거나 원고를 써서 하는 경우도 많은데 평소에 통화 자체를 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키오스크를 비롯하여 온라인 매장과 잘 발달된 앱을 통해 일상을 영위할 수 있어 굳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일이 점점 줄어든다. 소통의 방법으로 전화 통화는 이미 구시대적 유물이 된듯하다. 오히려 감정을 숨기고 내용만 정확히 전달하기에는 문자나 SNS로 전달하는 것이 업무적으론 더 완벽할 수는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을 살아갈 때 전화 통화를 하지 않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과거 전화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일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배달앱이 보편화되어 앱으로 거의 모든 것을 주문할 수 있으니 정말 전화 통화 자체를 할 기회가 없다. 실제로 일상에서 업무상 상황을 제외하곤 통화보다는 문자나 SNS가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다. 다양한 소통 채널이 있어 실제 통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드물어졌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실제 통화보다는 메시지나 SNS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통화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MZ세대 일부의 특징이기도 한데 주된 경험이 문자나 메시지이기 때문에 전화 통화의 경험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불안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바로 전화 통화 불안 증세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발현의 대표적인 이유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모르거나 혹시 실수할 수 있다는 강박 때문에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과 MZ세대의 불안과 전화공포 현상은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현상으로 긍정적인 또래 집단과 원활한 협업의 경험이 없고 감정표현의 어려움이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학창시절 지나친 경쟁과 과도한 통제 경험도 MZ세대의 관계 맺기 힘들어하는 원인일 수 있으며 전화공포증을 경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MZ세대를 비롯해 현재 청소년들은 관계 맺기를 유독 힘들어한다. 관계의 기본은 의사소통인데 대면 상황이나 전화 통화를 피한다면 상황이 더 좋아질 리가 없다. 이는 전화 통화를 공포로 느끼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전화공포증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전화공포증 상황이 심각해지면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전화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통화하며 전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만약 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참에 전화로 주변에 안부를 묻거나 소통의 기회를 늘여 긍정적 관계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통화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은 결국 관계맺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일과 관계는 표현과 경청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청소년과 MZ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성세대의 마음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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