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꽂기 공천 TK 민심 ‘부글부글’…무소속 돌풍 부나
내리꽂기 공천 TK 민심 ‘부글부글’…무소속 돌풍 부나
  • 이지연
  • 승인 2024.03.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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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재공천’ 반발 여론
“듣도 보도 못한 후보 찍으라니…
연고·인지도 낮아 설득력 없어”
도태우 사무소 발길 훨씬 많아져
일부 무소속 재도전 장고 돌입
발언하는한동훈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스템 공천에 시스템은 없었다”

경선을 원칙으로 했으나 결과 번복에다 기회조차 없는, 결국은 중앙 정치를 위한 공천이었다는 비판이 지역에서 거세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물론 지역 민심조차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통상 공천서 낙마한 후보자들 중심으로 반발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바닥 민심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1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구경북(TK)지역 선거구 25곳에 국민의힘 후보자가 모두 확정됐다. 오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TK 현역 16명이 살아남으며 최종 교체율 36%를 기록했다. 현역 의원 60%가 공천장을 받은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당선’인 TK에서 때아닌 무소속 바람이 슬슬 불고 있다.

경산에서 강세를 보이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중남구 도태우 변호사가 가세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낙하산으로 내려꽂힌 북구갑, 동구·군위군갑 예비후보자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대구 중남구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두 차례 승리에도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TK 유권자의 선택에도 수도권 민심을 고려한 당의 이같은 결정으로 지역구에선 도 변호사를 향한 동정 여론마저 이는 분위기다. 도 변호사 선거사무소에는 경선 과정때 비해 국민의힘 후보자 발표 이후 지역민들 발길이 훨씬 잦아진 점이 이를 방증한다.

중구의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후보자가 나온다는데 가만히 앉아 반길 주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 민심을 무시한 당에 대한 반발로 무소속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끝내 ‘밀실’·‘낙하산’ 공천으로 진행된 국민추천제로 지역 민심은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후보군이 아닌 새로운 인사 등장에 주민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이같은 여론으로 무소속 출마 분위기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국민추천제에 도덕성·사회 기여도·면접·지역 적합성을 심사 기준으로 내세웠다. 비공개로 진행한데다 결정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사실상 낙하산 공천이었음이 드러났다. 명단 발표 이후 후보자 모두 지역 연고가 희미하고 인지도마저 부족해 당 심사 공정성은 크게 설득력을 잃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후보군이 배치됐던 동구군위군갑 예비후보들은 장고에 들어갔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무소속 출마 재도전에 자천타천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동구군위갑은 20% 이상 민주당 지지율을 보이는 선거구로 일대 일 구도가 아닌 이상 무소속 출마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예비후보들은 경선에 한 번 도전해보지도 못한 채 정치 신인으로 이름알리기에 힘 써온 노력과 선거 비용 모두 버려야 할 처지다.

익명의 예비후보 A씨는 “국민추천제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부터 후보 결정에 대한 판단 근거나 설명이 아예 없었다. 솔직히 권력에 의한 폭력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후보자 역시 그렇고 지역민들에 대한 예의는 더더욱 아니다. 지방에 대한 홀대가 정치권에 그대로 미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B 예비후보는 “누가 봐도 납득이 안 가는 결정”이라며 “주민들 만날 시간에 서울 가서 바짓가랑이 붙들고 있었으면 훨씬 승산 있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설득해 가는 과정이 정치임에도 마치 법원 판결문 같은 공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고 한탄했다.

특히 북구갑은 19대 권은희·21대 양금희 의원 모두 전략공천된 선거구로 당내 조직력 분산을 최대한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쟁자였던 전광삼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집토끼를 상대로 지역 민심 홀대라는 분위기가 크게 형성되면 무소속 돌풍이 불 수도 있다”며 “본선에서 중도층이 인물 위주로 투표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보수표 분열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의 또다른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 공천에 대해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이라 표명했으나 특검법 재표결 대비로 현역 표심은 확실히 챙기면서 영부인을 향한 충성도까지 단단히 확보한 셈이다. 반면 정치신인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벽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TK 민심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던 공천”이라며 “총선 20여 일 앞두고 갑작스레 지역구에 배치된 후보자 입장에서도 지역에 대한 고민, 공약, 초심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전략공천으로 텃밭인 TK에서 정치신인과 유권자에게 당 희생을 강요한 꼴이다. TK 패싱을 제대로 보여준 쓰레기 공천”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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