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통계조작
[목요칼럼] 통계조작
  • 승인 2024.03.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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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검찰이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과 고용·소득 등 국가 주요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당시 대통령비서실·국토교통부·통계청 관계자 등 11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였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주택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회에 걸쳐 조작한 혐의가 있다고 한다. 즉 이들은 지난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및 2020년 총선 무렵 한국부동산원에 매주 3회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게 하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여 주택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통계가 정부에 신고된 실거래가격이나 유사한 통계인 KB변동률 및 부동산원이 산정하는 공시가격과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되었고, 조작된 변동률은 국민들로 하여금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또한 가계소득 통계 조사 결과도 소득 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정부에 유리하게 축소·왜곡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임의 해석하여 홍보에 활용했다고도 한다.

따라서 검찰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부동산·고용·소득 관련 국가통계를 조작해 중대한 국가적 폐해가 발생하였으며, 이는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이자 여러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조직적·권력형 범죄”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은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일이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 당시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자료 다 들고 와라”거나 “협조 안 하면 예산과 조직을 날려버리겠다”“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해 달라. 이대로면 저희 다 죽는다” 등의 청와대와 국토부,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카톡과 대화 메시지 다수를 바탕으로 통계조작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하여 밝혀진 일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기소가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발표되자 지난 문재인 정부시절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즉 민주당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들에 대한 기소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때문이라며 검찰은 어떤 목적이나 의도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법원과 시각 차이가 있었다며,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영장 기각이라는 사정이 2차례 발생하면서 원래 계획보다 수사가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또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통계 자료를 모으고 계산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원자료를 명확하게 변경했고, 임의로 하향시킨 사실관계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표적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있다. 검찰은 통계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5년에 불과해 전임 정부 출범 초기에 이뤄진 통계 조작 혐의를 수사·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실제 일부 고용·소득 통계 조작 혐의의 경우 통계법은 공소 시효가 지나 직권남용 혐의로만 수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수집하는 통계는 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에 있어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통계를 실제와는 다르게 정부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여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국기문란 행위로 엄벌하여야 하는 범죄이다. 물론 통계는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통계는 그 어떤 기관의 통계보다 신뢰성과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

비록 분석방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작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이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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