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국기업의 배터리 소재 ‘탈중국화’ 현황과 전망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국기업의 배터리 소재 ‘탈중국화’ 현황과 전망
  • 승인 2024.03.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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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엔솔, SK온, 삼성SDI)의 시장점유율은 48%이며, 배터리 소재 핵심 광물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가 관련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제재가 가시화되고 있어서 배터리 소재의 ‘탈중국화’가 시급한 과제다. 미국 IRA(인플레감축법)에 의하면 내년 1월부터 운행되는 차량 중 해당 차량의 배터리에 포함된 핵심 광물이 중국 등 ‘우려 대상 외국 법인’에 의해 추출·가공되거나 재활용된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배터리 핵심 광물 중국 의존도는 80%가 넘는다. 흑연의 경우 중국 의존도는 94%에 달한다. 리튬과 희토류는 각각 87.9%, 85.7%이며, 코발트(72.8%)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배터리 핵심 광물의 원산지는 중국, 호주(리튬), 콩고(코발트), 남아공(망간) 등에 분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제련시설이 중국에 있어서 상품화를 위해 중국을 거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선진국 대비 느슨한 환경 규제로 인해 광물 원료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제련시설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흑연(70%)과 코발트(64%), 리튬(58%)의 제련 공정은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된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대표되는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33종의 핵심 광물의 대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로 낮추는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도 핵심 광물 ‘탈중국화’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LG엔솔은 2022년 5월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캐나다산 리튬 정광 공급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여 향후 5년간 총생산량의 25%를 공급받게 된다. 2022년 11월에는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2025년부터 6년간 매년 탄산리튬 총생산량의 40%(약 1만 천 톤)를 공급받게 된다. 금년 2월에는 호주 ‘웨스CEF’와 수산화리튬 1만 천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리튬 정광 8만 5천 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웨스CEF’가 2025년부터 ‘마운트홀랜드’ 광산에서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5만 톤을 5년 동안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SK온은 2023년 1월 미국의 ‘우르빅스’와 음극재 공동 개발 협약을 맺고, 5월에는 미국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맺었다. 2022년에는 호주의 ‘글로벌 리튬사’와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삼성SDI는 금년 1월 캐나다의 ‘캐나다니켈’의 지분 8.7%를 인수하여 니켈 공급망을 확보했다.

포스코그룹은 2023년 11월 호주산 리튬 원재료를 수입해 연산 2만 천5백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금년에는 아르헨티나의 소금호수에서 1단계 리튬공장을 준공하고 현지에서 생산한 수산화리튬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어서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 비중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5월 호주의 ‘파루 그라파이트’와 천연 흑연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약 25년간 총 75만 톤 규모의 천연 흑연을 공급받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호주 광산업체 ‘시라’와 아프리카 모잠비크산 천연 흑연을 최대 연간 6만 톤까지 수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국내 기업들은 미국 IRA 우회전략으로 한국 투자를 도모하는 ‘거린메이(GEM)’, ‘롱바이테크(Ronbay)’, ‘중웨이구펀(CNGR)’, ‘화유코발트(Huayou)’ 등 중국 업체와 협력해 국내 생산 공장을 설립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새만금에 연산 5만 톤 수준의 전구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LG화학도 새만금에 화유코발트와 협력해서 전구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포스코퓨처엠도 화유코발트와 합작하여, 포항 영일만에 2027년까지 전구체 생산 공장과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이와 같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원료 ‘탈중국화’를 위해 원재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협업 등을 통해 중국산 소재를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많이 낮추고 있다. 특히, 예정대로 금년 4월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협정’이 발효되면, 배터리 핵심 원료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배터리 핵심 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향후 자원 안보 차원에서 해외 자원개발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중국 외 지역과의 공급망 구축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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