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화가' 이정웅 전시회
'붓의 화가' 이정웅 전시회
  • 김덕룡
  • 승인 2011.03.0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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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을 듬뿍 머금은 붓으로 화선지 중심을 향해 힘껏 내려치자 순간 먹물이 사방으로 튕긴다.

먹물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비산의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혹시 사진이 아닐까? 그림에 코를 박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는 '붓의 화가' 이정웅(47)의 그림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작가는 최근 국내 화랑가에서 서로 '모시고' 싶어하는 인기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서양화이면서도 동양화같은 이 작가의 그림은 해외에서 더 인기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스위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 그의 컬렉터가 있다.

경매에서도 100~120호 크기의 작품이 5천만~6천만원에 심심찮게 낙찰되기도 한다.

극사실적으로 붓의 형상을 그리는 화가 이정웅의 전시회가 수성아트피아와 맥향화랑 공동기획으로 오는 8일부터 27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과 맥향화랑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정웅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공간에서 어떻게 사실주의 회화가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분명히 사실주의 미학의 범주에 든다.

실재하는 물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정확히 묘사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단순히 사실적인 묘사에만 충실한 전래의 사실주의 미학에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보이는 사실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점에서는 사실주의 기법에 순응하지만, 그 이외의 조형어법은 기존의 사실주의 미학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묘사된 붓의 형상은 펄떡거리듯 팽팽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삽시간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모두들 이정웅 작가를 일컬어 "귀신의 재주에 필적하는 솜씨"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그는 "붓과 먹물의 번짐과 튀김을 통해 내부에 잠재돼 있던 표현의 욕구를 불러내고 해소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경북 울릉도의 목수 집안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미술교육이라고는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반 활동이 전부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작업 초기부터 한국적인 정서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90년대에 도자기와 꽃, 과일 등의 정물을 선보이다가 2000년 이후부터 붓이라는 대상을 주목하게 됐다"며"한지 위에 먹과 유화 물감으로 그리는 붓 그림은 소재와 기법, 주제면에서 동양화와 서양화, 추상과 사실적 구상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혼이 깃든 정교한 붓의 묘사로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지는 동양의 역동적 기운을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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