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인생을 닮은 복싱..'파이터'
<새영화> 인생을 닮은 복싱..'파이터'
  • 승인 2011.03.0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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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는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 '록키'처럼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데 집중하는 직선적인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대책 없는 가족 이야기나 무덤덤한 연애 등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기웃거리며 세파에 휘어지고 갈라지는 인생에 대해 말하는 곡선적인 영화다.

한물간 31살의 복서 미키(마크 월버그)는 세계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그 꿈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주변 상황부터 깔끔하지 않다. 트레이너인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는 한때 유능한 복서였지만 지금은 마약에 쩔어 있고, 매니저인 어머니(멜리사 레오)는 시합 자체보다는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형과 어머니의 판단오류 때문에 또다시 고배를 마신 미키는 목표를 이루려면 혈연보다는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여자친구 샬린(에이미 애덤스)의 조언대로 새로운 매니저와 계약한다. 그리고 그는 경기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미키를 둘러싼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가족은 그의 삶에 걸림돌이다.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무능한 누나들과 마약중독자인 형은 상승 욕구가 강한 미키의 삶을 자꾸만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어머니는 미키의 일을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며 복싱과 관련한 모든 걸 간섭하려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그녀의 코치는 미키에게 도움보다는 해가 될 뿐이다. 게다가 형 디키는 질 걸 뻔히 알면서도 돈 때문에 시합에 나서라고 권고한다.

영화는 가족의 자장 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미키의 고군분투를 그리면서도 그 질긴 인연 때문에 결코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미키의 삶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지만 미키의 입장에서 우울할 것 같은 이 영화는 어이없는 가족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유머 때문에 상영시간 114분간 웃으며 볼 수 있다. 인생 막장을 달리는 디키의 대책 없는 삶과 미키 가족과 샬린의 충돌, 여자들의 기에 눌려 사는 미키 아버지를 그릴 때는 큰 웃음이 터질 만하다.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선 굵은 서사보다는 캐릭터들의 힘에 더욱 의존한다. 특히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디키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전설의 복서 슈가레이 레너드를 KO 시킨 찬란했던 한순간에 대한 기억의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 디키는 기본적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만 철없는 행동을 보여줄 때는 혀끝을 차게 만든다. 하지만, 가족과 동생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파이터'는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 '록키'처럼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데 집중하는 직선적인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대책 없는 가족 이야기나 무덤덤한 연애 등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기웃거리며 세파에 휘어지고 갈라지는 인생에 대해 말하는 곡선적인 영화다.

한물간 31살의 복서 미키(마크 월버그)는 세계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그 꿈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주변 상황부터 깔끔하지 않다. 트레이너인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는 한때 유능한 복서였지만 지금은 마약에 쩔어 있고, 매니저인 어머니(멜리사 레오)는 시합 자체보다는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형과 어머니의 판단오류 때문에 또다시 고배를 마신 미키는 목표를 이루려면 혈연보다는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여자친구 샬린(에이미 애덤스)의 조언대로 새로운 매니저와 계약한다. 그리고 그는 경기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미키를 둘러싼 가족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가족은 그의 삶에 걸림돌이다.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무능한 누나들과 마약중독자인 형은 상승 욕구가 강한 미키의 삶을 자꾸만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어머니는 미키의 일을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며 복싱과 관련한 모든 걸 간섭하려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그녀의 코치는 미키에게 도움보다는 해가 될 뿐이다. 게다가 형 디키는 질 걸 뻔히 알면서도 돈 때문에 시합에 나서라고 권고한다.

영화는 가족의 자장 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미키의 고군분투를 그리면서도 그 질긴 인연 때문에 결코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미키의 삶을 담담히 보여준다.

하지만 미키의 입장에서 우울할 것 같은 이 영화는 어이없는 가족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유머 때문에 상영시간 114분간 웃으며 볼 수 있다. 인생 막장을 달리는 디키의 대책 없는 삶과 미키 가족과 샬린의 충돌, 여자들의 기에 눌려 사는 미키 아버지를 그릴 때는 큰 웃음이 터질 만하다.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선 굵은 서사보다는 캐릭터들의 힘에 더욱 의존한다. 특히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디키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전설의 복서 슈가레이 레너드를 KO 시킨 찬란했던 한순간에 대한 기억의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 디키는 기본적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만 철없는 행동을 보여줄 때는 혀끝을 차게 만든다. 하지만, 가족과 동생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루 훌륭하다. 주연인 마크 윌버그의 담담한 연기나 에이미 애덤스의 안정적인 연기, 글든글로브와 미국배우조합(SAG)에서 여우조연상을 연이어 수상한 멜리사 레오의 관록있는 연기는 인상적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크리스천 베일이다. 실제 나이는 월버그보다 3살 연하지만 마약에 찌들고 늙은 디키를 연기하기 위해 14㎏을 감량해 훨씬 늙어보인다. 불명확한 발음을 사용하거나 몸의 근육을 이용할 때는 완벽하게 디키가 돼 연기한 것 같다. 베일은 아카데미상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와 SAG에서 남우조연상을 잇따라 수상,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 0순위다.

막판 복싱장면은 억지로 감정을 들쑤시지 않게 담담하게 찍어 오히려 흥미를 자아내고 영화 중후반 석양을 등지고 미키와 디키가 화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엄청나게 맞으며 계속 기다리다가 결정적 한 방을 노리는 미키의 복싱스타일이 인생역전을 노리는 그의 인생과 닮은 점도 눈길이 간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감독상 등 6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쓰리 킹즈'의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3월1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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