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나는 OO다!”
<대구논단> “나는 OO다!”
  • 승인 2011.04.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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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경북외국어대학교 전임교수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 진행의 문제를 논하자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7명의 가수들과 청중들의 모습에 주목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특히 논란을 정리하고 난 뒤에 노래 바꿔 부르기를 하는 방송에서는 우리가 간절하게 느낄 수 있는, 아니 느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의 장르나 창법과는 다른 노래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 모습과 그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가수들이야 지금까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매번 최선을 다해 왔겠지만 원곡보다는 또 다른 자신만의 감성을 표출하기 위해서 그 가수들은 노력을 했고 또 청중들은 그 짧은 시간에 그 노력과 실력을 느낄 수 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지르며 행복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그 무대에서 청중들에게 소름 돋는 행복을 줄 수 있었던 그들은 `나는 가수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 잠시를 위해 그들은 열심히 노력했고, 또 그 잠시 동안의 행복과 황홀감을 청중들은 충분히 온 피부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감동을 느끼는 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은가?

반면, 이 가수들과 비교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 교수, 법조계 인사, 의사 등등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과연 당당하게 `나는 국회의원이다!’라든가, `나는 변호사다!’등의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억지로 쥐어짜서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 않는가? 뉴스를 보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또 어떤 모습인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이 아들인지도 모르고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이 학생인지도 모르고 배우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서 선생님을 무시하고 농락하고, 자신이 선생인지도 모르고 연구를 게을리 하며 학생들에게 지혜를 가르치기는커녕 단순한 지식만 주입시키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은 자신이 국민을 섬겨야하는 입장인지는 전혀 모르고 자신이 국민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국민의 뜻을 살피기는커녕 자신의 이익이나 당정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한다.

그보다 더한 것은 자신이 인간임을 망각하고, 인간의 도 같은 건 내던져 버린 채 어린아이들이나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약한 친구에게 떼로 몰려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상식 밖의 일들을 저지르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만 하고 있을 것인가? 잘못은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만든 것이 또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키우고, 우리가 그런 것들을 용인하거나 묵인했으며,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한두 개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 시스템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이대로 멍하니 보고 있다가는 우리는 머지않아 자멸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크게는 우리 국가, 우리 민족, 작게는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라도 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야 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교육도 물론이거니와 우리 학생들,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해서 미래의 동량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꼭 전쟁이나 전투상황이 아니어도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좋은 말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할 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그 자신의 기업을 둘러싼 경쟁사들이나 시장 환경을 제대로 분석하여야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들을 분석해보고 자기 주변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교육’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둘러보고 주변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입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지식만을 배우게 된 우리의 청소년, 청년들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래서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저변을 구축해주어야 한다. 경쟁사회에서도 건전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경쟁에 임하고 지치고 쓰러진 친구들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함께 뛰어갈 수 있는 마음도 길러주어야 한다.

자기 자신이 현재 위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최선책을 강구하고, 그 최선책을 결정하면 땀 흘려 노력할 수 있는 그런 `人間’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가정에서, 또 학교에서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사랑하여야 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OO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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