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고소할 때와 취하할 때
<대구논단>고소할 때와 취하할 때
  • 승인 2011.04.18 14: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열 객원 大記者

인간 사회에서는 항상 사랑하고 화합하는 사람만이 사는 게 아니다. 서로 갈등을 빚어내고 다툼이 잦다. 평소에는 한 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맹수처럼 달려드는 수가 있다. 웃음이 번졌던 얼굴이 일그러지며 삿대질을 해댄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일을 흔히 당하며 산다. 자칫하면 주먹다짐을 하게 되는데 본의와는 전연 다른 양상으로 변한다.

말로 풀 수 없을 경우에는 결국 법에 호소하게 된다. 고소를 하거나 고발하는 일이다. 고소 고발을 할 때에는 상대를 가리켜 `죽일 놈’ `못된 놈’으로 매도하며 강력하게 처벌을 요구한다. 감정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점잖은 용어는 아예 들어설 틈이 없다. 고소나 고발을 하면 대개 경찰에서 먼저 조사를 하는 게 순서다. 고소 고발을 한 사람을 우선 불러 사건의 내용을 진술 받는다. 이 때 처벌의사를 묻게 되는데 마음이 변하여 처벌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고소 고발이 취하된다. 고소인의 각박했던 마음이 풀려 용서의 마음을 갖게 되는 셈인데 사회와 인간의 화합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고소 고발이 없었던 것 보다는 매우 언짢은 일이다. 고소를 할 만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덥석 법에 끌고 들어가는 것부터 잘못된 일 아닌가. 개인 간의 고소사건이야 당사자들의 이해가 절대적 기준이 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로 고소나 고발이 난무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고소를 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애시 당초 고소 같은 껄끄러운 일을 하면 안 된다. 명색이 법을 만들고 고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자명한 도리를 어기고 시정잡배처럼 고소 고발을 남발한다는 것은 체면과 위신을 스스로 깎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더구나 원내에서 있었던 일을 검찰과 법원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밑을 들어 남에게 보여주는 추태다.

특히 정당 간의 싸움이 되어 집단의지로 고소 고발을 한다는 것은 한 번 더 심사숙고한 후에 행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고소부터 해놓고 나중에 흥정을 통하여 이를 취하한다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이 할 짓은 아니다. 이번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벌어졌던 지난 1년간의 고소와 고발사건을 원내대표 두 사람이 뒷전에서 합의하여 모두 취하한 것은 고소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던 징계요구안도 철회했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국회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도 쓴 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들이 냈던 고소장의 내용을 보면 폭력, 명예훼손 등 당연히 응징 받아야 할 것들이다. 지난 해 말 예산안 표결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여야 간에는 해외에 나가있던 의원까지 불러들이고 보좌관들이 몇 백 명씩 떼를 지어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사건이다.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의 김성회와 민주당의 강기정은 이중격투기 선수처럼 치고받았다. 이로 인하여 상처를 입은 그들은 쌍방고소로 맞붙었다. 길가에서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속언이 있듯이 이들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꼭 그 꼴이다. 먼저 고소부터 해놓고 상대의 기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며, 이에 맞서 쌍방고소를 해야만 유리하다는 시정의 잡배들과 똑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날짜가 지나고 보니 감정도 사그라졌다. 서로 보기가 미안하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암묵적 합의를 한다. 원내대표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전격적으로 `취하’로 결론 내린다. 고소 고발을 당한 국회의원들과 사전에 입을 맞췄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국민들의 불신만 커진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아무리 “내가 옳다”고 주장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 개인들도 고소 고발을 자주하는 사람을 가리켜 `고소꾼’이라고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옛날부터 “집안 살림 망하고 싶으면 소송을 자주 하라”고 경고한다. 필자의 외숙 한 분은 어린 나를 앞에 두고 “하루 일신(一身) 편하려면 조조삼배(早朝三盃) 하지 말고, 평생 일신 편하려면 소송 말라”고 가르쳤다. 이른 아침부터 술을 마시거나 송사를 자주 일으키는 것을 한 말씀으로 경계한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일이 터지면 고소부터 하고 본다고 하면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허탈한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고소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알려졌다. 인구가 3배인 일본보다도 고소사건은 3배나 많다고 한다. 인구비례로 따지면 9배가 된다. 여기에 국회의원과 정당까지 합류하고 있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고소할 때와 취하할 때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한 후에 서류를 내도록 하라. 간절히 충고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