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가족 신드롬, 그 이유는?
<대구논단>가족 신드롬, 그 이유는?
  • 승인 2011.05.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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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출판계의 키워드는 `아버지’였다. 그 당시 경제적인 위기와 가족 안에 소외감을 느끼는 한국형 아버지들의 부정을 일깨워준 도서들이 인기를 끌어 `아버지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집안의 가장을 다룬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는 1997년 연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1997년 한 해 동안만 해도 100만부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10년 후인 지난 2008년 키워드는 `어머니’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과 해소를 다뤄 가정 안에서 어머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현재 이 책은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가족의 정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하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현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발 인기가 한국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2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연극은 전국 순회 공연 중이고, 며칠 뒤에는 똑같은 제목의 뮤지컬도 무대에 오른다.

요즘 문화계에는 `엄마’라는 키워드를 넘어 중심적인 키워드로 가족이 떠오르고 있다.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 뿐 아니라,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장르부터 각양각색인 작품들이 개봉됐다.

그중에서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가족을 뒤늦게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헬로우 고스트’와 노년에 접어든 두 커플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가족을 소재로 한 `로맨틱 헤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위험한 상견례’, `나는 아빠다’ 등의 영화가 있다.

방송계에서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프로그램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여자 스타들의 결혼 후 모습을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수퍼맘 다이어리’, 국내 야구선수들의 아내들이 주인공인 리얼 프로그램 `플레이어스 와이프’, 이밖에도 연예인 부부들의 토크쇼 `스타 부부쇼 자기야’를 비롯해 `부엉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연예인 부부가 출연해 개인적인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문제는 케이블 채널들이 리얼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을 양산해내면서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내보내는 경우도 있어 공개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로 진정성 있는 가족애와 웃음을 동시에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스타와 그의 자녀가 출연해 만들어가는 `붕어빵’이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스타와 그 자녀들의 꾸미지 않는 생생함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100회 방송을 맞으며 2년간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2년을 유지한다는 건 그야말로 드문 일이다.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당대 사람들의 꿈과 욕망, 위안과 희망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려운 때일수록 가족 공동체가 힘을 발휘하는 경향은 IMF에 이어 외환위기 때에 나타났다가 상황이 호전되면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예외 없이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만들어낸 문화 속에 살고 있다.

가족보다는 자기 자신과 개인의 성공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5월 가정의 달이다.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의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리고 가족은 너무 쉽게 해체돼 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는 건 슬픔과 고통을 나눌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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