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황사의 계절에
<대구논단> 황사의 계절에
  • 승인 2011.05.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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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요즈음은 급변하는 이상기온과 지구온난화로 뚜렷한 4계절과 겨울철의 삼한사온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전통기후도 과거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의 겨울을 돌아보면 극심한 혹한과 유례없는 폭설이 있었고 얼음이 녹고 개나리 피는 봄이 찾아왔는가 싶으면 곧바로 에어컨에 의존해야 견딜 수 있는 폭염이 찾아온다. 화사하고 따스한 봄과 형형색색의 빛깔을 뽐내던 시원한 가을은 세월이 갈수록 짧아만 가고 극과 극을 달리는 겨울과 여름은 자꾸 길어만 간다.

하루하루가 귀하고 아쉬운 봄이 찾아왔고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을 맞았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날이 많고 가족단위의 나들이 기회가 특히 많은 달이다. 그러나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황사와 함께 찾아왔다. 간간히 내리는 봄비에도 황사먼지가 오염되어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게 되고 그것도 모자라 올핸 방사능오염까지 걱정해야 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 거리와 하늘이 온통 누런 모래와 먼지로 뒤덮여 시민들이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해야 하는가 하면, 도로의 차들은 전조등을 켜야 하고, 한 낮에도 가로등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두우며, 가시거리가 100미터 이내로 줄어들면서 시정(視程, visibility)장애로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기도 한다.

이번 달 1일부터 4일까지 제주도에 불어 닥친 5월 황사는 제주도 기상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강한 황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황사가 제주도에 머문 시간은 총 67시간55분으로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고 특히 황사주의보, 황사경보 등 특보 운영시간은 총 64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이번 5월 황사의 발원지는 내몽골고원 및 황토고원과 만주지역이며, 우리나라에는 백령도에서 시작돼 점차 남부지방으로 확산됐다. 최근 10년 간 5월에 황사가 발생한 경우는 지난 2001년 3회, 2004년 2회, 2007년 2회, 2010년 1회 등이며 황사특보시간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07년 4월의 29시간30분이 최장 시간이었는데 이번 1일부터 지속된 64시간은 제주기상청이 예보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시간 특보 유지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황사는 옛날에도 있었는데 신라 아사달 왕 때 흙이 마치 비처럼 온다는 의미의 `우토(雨土)’라는 표현이 삼국사기에 있고, 그 외에 황우(黃雨:비에 젖어 내리는 황사), 적설(赤雪:눈에 섞인 황사), 황무(黃霧:안개에 섞인 황사) 등의 용어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황사’라는 말은 1915년 `기상원보원부’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황사란 중국의 공업지역에서 방출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다량 포함된 모래먼지이다.
황사철의 바람은 미세 먼지를 다량 포함하고 있어 호흡기 환자에겐 치명적이다. 특히 최근의 황사에는 아황산가스나 석영(실리콘), 카드뮴, 납, 알루미늄, 구리 등은 물론 다이옥신 등의 중금속과 유해물질까지 묻어오고 있어 눈병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며, 기존의 질환이 악화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철저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황사는 신체부위 중 코와 눈, 입 등 음식물이나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점막조직을 특히 공격하는데, 눈에서 유일한 점막조직인 결막은 안검(눈꺼풀) 안쪽 부분과 안구의 흰자(공막) 앞부분을 덮고 있는 조직으로서 외계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염증이 잘 생긴다.

특히 미세 먼지를 많이 함유한 황사는 눈에 침투해 눈을 따갑게 하고 눈물과 눈곱, 충혈 등의 결막염 증세를 일으키는데,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은 모래 먼지의 중금속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 증세가 더 심해진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잘 생기면 시린 눈과, 심한 가려움, 충혈과 끈적끈적한 점액성 눈곱과 눈물흘림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알레르기 반응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좋으며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보호안경을 쓰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막염 증세는 깨끗한 찬물에 눈을 대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를 완화할 수 있고, 혈관수축제와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치료한다.

예방 차원에서 안약을 미리 넣는다거나 눈을 수돗물 또는 소금물로 씻는 등은 안과질환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전문의의 적절한 처방 없이 안약을 점안하면 녹내장, 백내장 등의 더 큰 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렌즈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나 라식, 라섹, 백내장 등의 안과수술을 받은 사람은 황사에 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는 렌즈보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들이 유혹이 심한 5월, 황사로부터 건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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