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후회와 반성
<대구논단> 후회와 반성
  • 승인 2011.05.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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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은 것이고, 반성은 아무리 늦어도 매우 빠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후회’와 `반성’은 모두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에 일어나는 심리적 움직임이다. 이 두 움직임은 이를 관장하는 주체에 의해 결정되고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려서 소용없게 되는 경우를 말하지만, `반성’은 늦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언젠가는 가능성이 있음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늦어버린 뒤에 반성한들 무슨 소용이냐 싶지만 세상은 언제나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사후청심환(死後淸心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유비무환(有備無患)’, `망양보뢰(亡羊補牢)’이니 하는 말은 모두 후회하지 말고 빨리 반성하라는 교훈을 품고 있다. 옛 어른들 또한 후회하지 말도록 가르쳤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주자 십회명(朱子 十悔銘)’과 `구래공 육회명(寇來公 六悔銘)’이 아닌가 한다. `주자 십회명’은 옛 중국 송(宋)나라 때의 큰 선비 주희(朱熹) 선생이 후대 사람들을 경계하기 위해 후회하기 쉬운 일 열 가지를 뽑아 제시한 것이다.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후회한다.(不孝父母 死後悔) 둘째, 가족에게 친절히 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한다.(不親家族 疎後悔) 셋째, 젊을 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한다.(少不勤學 老後悔) 넷째,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후회한다.(安不思難 敗後悔) 다섯째, 부유할 때 아껴 쓰지 않으면, 가난하게 된 후 후회한다.(富不儉用 貧後悔) 여섯째, 봄에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이 된 후에 후회한다.(春不耕種 秋後悔)

일곱째, 담장을 미리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후에 후회한다.(不治垣墻 盜後悔) 여덟째, 이성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후에 후회한다.(色不謹愼 病後悔) 아홉째, 술 취해서 망언하면, 술 깨고 난 후에 후회한다.(醉中妄言 醒後悔) 열 번 째, 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손님이 떠난 후에 후회한다.(不接賓客 去後悔) 이상 열 계명은 한 결 같이 우리들에게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을 가르치고 있다.

구래공 육회명 역시 칠언절구(七言節句)로 되어 있는데 주자의 십회명과 비슷한 뜻을 품고 있다. 구래공(寇萊公) 역시 옛 중국 (宋)나라 때 사람으로서 이름이 구준(寇準)이나 시국을 잘 수습한 공으로 내국공(萊國公)에 봉해졌기에 이 칭호를 얻게 되었다.

첫째, 벼슬아치가 사사로운 일을 하면, 물러 갈 때 후회할 것이다.(官行私曲 失時悔) 둘째, 잘 살 때 아껴 쓰지 않으면, 못 살 때 후회할 것이다.(富不儉用 貧時悔) 셋째, 재주만 믿고 젊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후회할 것이다.(藝不少學 過時悔) 넷째, 보고도 익히지 않으면, 쓸 일 생길 때 후회할 것이다.(見事不學 用時悔) 다섯째, 취했을 때 망언을 하면, 깨었을 때 후회할 것이다.(後醉狂言 醒時悔) 여섯째, 건강할 때 몸을 조심하지 않으면, 병이 들 때 후회할 것이다.(安不將息 病時悔)

두 가르침 모두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모름지기 이 두 분의 가르침에는 한 결 같이 모든 일에는 항상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Here and Now)’라고 하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가를 생각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아,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후회하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 할수록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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