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복중정담(伏中政談)
<대구논단> 복중정담(伏中政談)
  • 승인 2011.07.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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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장마가 그치더니 폭염이 계속이다. 한 달 만에 만난 친구들 10여명이 냉국수를 앞에 놓고 한담을 늘어놓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종착점은 여느 때와 같이 나라 정치에 이른다. 퇴직 전까지 언론사, 금융기관, 공직 등에서 한 자리 하고 있던 처지라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도 있고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도 있다. 하나의 논제를 놓고 중점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 각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대화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핵심 몇 가지는 뚜렷하게 떠오른다.

식자들의 냉소라 할까 민심이라 할까 한담의 알맹이를 주어서 글로 엮어본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경북은 여전히 한나라당 일색의 자리를 누릴 수 있을까.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인사들이 자기 지역구를 고집하면서 출마했을 때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친이, 친박, 소장파 등의 계파로 갈려 껄끄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공천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사회조사에서 늘 1위를 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당선이 확실할까. 민주당이 군소야당과 연합하여 대통령후보 한사람을 냈을 때 승리할 가능성이 있을까. 정치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주고받은 이야기지만 많은 선거를 겪어본 세대들이기에 귀에 담을 이야기도 있다.

대구· 경북에서 몇 차례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 가운데서 정치를 그만 접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다. `정치 개혁한다, 당 혁신하자’ 말만 무성하지만 한나라당의 지도층 구성 멤버로 봐서 계파 나누기 식 공천을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계파에 얽매어 공천을 한다면 한나라당은 지난 재보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뚜렷하다.

우선 대구만 봐도 현 국회의원은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거나 같은 사람이 나온다면 한나라당은 안 찍겠다는 푸념 투의 말들이 조심스럽게 떠돌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 몸 보신에만 힘썼지 지역을 위해 앞 장선 일도 없고 한 일도 없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아주 새 인물이 공천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표가 원칙주의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남성보다 덜 정치적이고 정치적 부패도 덜할 것이라고 동의하는 측들이 많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주요 멘토요 리더로서 국민들이 좀 나서줬으면 하는 정치적 장면에 나서는 법 없이 조신하게 자기관리에 철저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불만을 가진 측도 있다. 남성보다 여성들이 그런 생각을 더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박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너무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사회조사에서 앞자리를 선점했지만 두 차례나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전 대표의 선례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로 거의 확실시되는 손학규 대표는 지금 과거 한나라당의 옷과 때를 말끔히 청산하고 민주당 색깔의 옷을 갈아입고 친 서민정책에 목숨을 걸고 있다. 노동운동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사회 약자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나는 당신 편’이라는 티를 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실현성이 의문시되는 반값 등록금 등 여러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전 대표와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기적적인 사실은 손학규 대표에게 큰 용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년 상반기에 있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는 정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할 확률이 많다고. 6.25전쟁 61주기를 보낸 지금도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말이 인구에 회자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보편적 복지는 좌 성향, 선별적 복지는 우 성향으로 매도하는 무지한 여야 정치인들도 자주 본다.

정치는 생물이고 정치인들은 직업인이다. 유동적인 정치가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에 필부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하고 행동도 예사로 한다. 여태까지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어느 정당이 다수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던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치에 식상 했다기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진정성과 신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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