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SNS와 거리두기
<대구논단>SNS와 거리두기
  • 승인 2011.07.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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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이번 휴가 발리로~~ 고고고 ~ 전 다음 주 한국에 없을 거예요.” 최근 한 친구가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글을 올렸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보니 이밖에도 자신의 휴가계획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SNS에서 공개하는 사생활이 빈집털이범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SNS에 노출된 휴가날짜와 위치정보 등을 범죄자들이 수집해 그 기간을 노린 도둑질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 빈집털이범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지인들의 정보를 활용해 20여 차례나 절도에 성공했다. 이 범죄자는 “집을 비운다.”라는 글을 올린 대상자만 선택했다. 실제 트위터 검색을 통해 `휴가’라는 단어를 쳐보니 휴가일정, 날짜와 연관된 글들이 많이 검색됐다.

옛날에는 집배원이나 우유배달 등을 통해 휴가 때 어느 집이 비어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휴가를 언제 어디로 간다거나 하는 최신 내용을 본인이 직접 온라인으로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보를 수집한 범죄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범죄를 진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SNS을 통한 범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초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내 트위터 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이름과 인맥, 위치, 스케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62%의 스케줄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 8%는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SNS는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지만, 개인 정보 노출의 위험성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미국의 한 금융전문지는 SNS에 올리지 말아야할 정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행계획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를 비롯해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공개하지 않기, 개인적인 사진 철저히 관리하기, 가치 있는 것을 자랑하지 않기, 친구 사귈 때도 조심하기, 감정조절, 조급증 버리기 등이었다.

그렇다면 SNS 공간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만큼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며 살아갈까? 독일 철학자 쇼팬 하우어의 우화 중 `고슴도치 이야기’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의 무리가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서로의 가시 때문에 아픔을 느끼고 곧 멀어졌다.

그러나 온기에 대한 욕구 때문에 다시금 그들은 다가가 몸을 붙였지만 또 다시 가시에 대한 아픔을 느꼈다. 그렇게 추위와 가시의 아픔이라고 하는 두 가지 고통을 거듭 되풀이 한 끝에 결국 가장 참고 견디기 좋은 알맞은 거리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오픈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상처 때문에 자기 자신을 다른 누구에게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서로간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상대와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물론 적당한 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고슴도치가 수차례에 걸쳐 상처를 입은 다음에야 상대와의 적당한 거리두기를 찾아냈던 것처럼 우리들도 마치 화로와 물속을 번갈아가며 담금질을 당하는 쇠처럼,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 알맞은 거리를 찾고 그 거리 안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SNS공간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소통을 위해 SNS공간으로 사람들은 모인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으로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 간격 때문에 서로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욕구는 충분하게 충족되진 않지만, 그 대신 가시의 아픔을 느끼지 않고 보낼 수가 있게 된다. 일상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으로 `거리 두기’를 하듯, SNS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이 `거리 두기’를 해야 함이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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