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열린 인사 청문회
<대구논단> 열린 인사 청문회
  • 승인 2011.08.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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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한상대 검찰총장,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각각 열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부동산 거래, 병역 문제, 대통령 친분설 등에 대한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후보자가 해당 직위에 적합한지에 대한 자질을 검증하는 시간이라기보다, 후보자의 흠집 내기와 정치적 공세로 시야가 흐릿해진 부분이 많았다. 즉,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도덕성 논란 등에 초점이 맞춰져 과거만 묻는 청문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있다.

국회가 행하는 인사청문회는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직분에 걸 맞는 도덕성과 능력, 자질을 갖췄는지 검증하기 위해 2000년에 도입된 제도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응하는 강력한 의회의 견제장치다. 그동안 공직후보자들의 위법한 과거전력을 파헤치고 도덕성을 검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 인사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점도 있긴 하지만 과연 후보자에 대한 폭넓은 평가를 통해 균형감 있는 청문회를 보여준 적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청문회 이전의 사전 검증 절차가 완벽하지 못해 정책 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직 후보자의 부족함을 따지되, 복잡다단한 현실에 대처할 역량과 미래 비전을 지녔는지도 두루 살펴야 한다.

미국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은 인간의 내면을 자신에 대한 개방 정도와 타인으로부터의 피드백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이를 개발자 이름의 첫 글자를 합해 조해리(Johari)의 창이라고 하는데, 창틀의 크기와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4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개방된 영역이라고 하는 `열린 영역(open area)’이다. 나도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져 있는 나에 관한 정보를 의미한다. 둘째는 남들은 알고 있지만 자신은 모르는 `맹목적 영역(blind area)’이다. 셋째는 `숨겨진 영역(hidden area)’이다. 나는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의미한다. 넷째는 나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unknown area)’이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를 추적하고 들춰내는 과거 지향적 청문회의 성격이 강하다보니 청문 대상자는 남들은 알고 있지만 자신은 모르는 맹목적 영역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청문 대상자가 진짜 모르는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인 부분에 “생각이 안 난다”, “모른다” 등의 답변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외부에 노출되는 영역은 많고 본인만 모르는 영역이 넓다면 곤란한 상황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공중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답변을 준비하게 된다.

그에 반해,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자신은 알고 있지만, 청문 대상자는 알지 못하는 숨겨진 영역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의원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표출하는 자아 형태로 청문 대상자의 도덕성과 공직업무 수행능력 등을 추궁하게 된다. 이처럼 청문 대상자와 의원들 사이에 내가 모르는 나의 부분과 남이 모르는 나의 영역이 크기 때문에 열린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는 진행된다.

이상적인 인사청문회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 크기와 형태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모르는 나의 부분과 남이 모르는 나의 영역을 줄이고, 적당한 자기공개와 피드백으로 나도 알고 상대도 알고 있는 열린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자신과 남에게 알려져 있는 공공영역이 넓을수록 서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정확한 판단은 서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데 도움을 주고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면 상호간의 신뢰가 커지고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된다. 이를 통해 과거도 좋지만 미래도 함께 묻고 답할 수 있는 인사 철학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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