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약값 인하 잘하는 일이다
<대구논단>약값 인하 잘하는 일이다
  • 승인 2011.08.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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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30-69세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생 100세 시대 대응 국민인식 조사’에서 90세 또는 100세 이상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는 응답자가 43.3%나 되었다. 50세 문턱에서 퇴직해야 하는 마당에 노년기가 너무 길고 질병, 빈곤, 소외, 자식에게 부담 등 노인문제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축복받는 100세 시대를 살려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면서 다음 3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제 스스로 걸을 수 있어야 하고 치매가 없어야 하며 사회봉사를 하든 어떤 일을 하던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 10위권 경제국에 근접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부분 국민들의 개인적인 염려는 아마도 건강문제일 것이다. 요즘 `건강하라’는 말이 인사의 첫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국의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건강보험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한국만큼 잘 갖춰진 나라도 별로 없다. 미국도 건강보험제도 만큼은 우리보다 뒤처져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병·의원 출입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국민 세금으로 이를 막아야 하는 쳇바퀴 보험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건강보험 지출 43조7000억 가운데 약제비가 29.3%인 12조8000억 원을 차지했다. 2004년 대비 6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건보재정은 지난해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15년에는 적자 폭이 5조8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국민부담 전체 의료비 가운데 약품비는 2008년 기준 22.5%로 OECD 평균 14.3%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약값이 비싼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약값에 시장 경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환자에 대한 약의 선택권은 의사에게만 있는 의료체계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약사는 의사에게 로비만 잘 하면 된다. 이른바 리베이트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005년 부패방지위원회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규모가 약품 공급가의 10-25%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모두가 국민들과 환자가 덮어쓰고 있는 부분이다. 또 한국인의 지나친 병·의원, 약국 출입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노인들이 병·의원을 찾는 횟수가 지나치도록 많은 것이 문제다. 여느 노인치고 집에 약 봉지를 쌓아놓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약을 지천으로 남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없었더라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약가 제도 개편 및 제약 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 놓았다. 2000년 의약 분업이후 처음으로 약가 체계의 불합리 점을 찾아 대 수술에 들어간 것이다. 병·의원이나 약국의 특수성으로 인해 병원비나 약값이 비싸다고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입장에서 정부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약값을 17% 인하하겠다는 방침에 국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약값 인하취지는 의약품의 유통 상 문제로 약값이 비싸다는 점을 늦게나마 인식하였고 특히 고령시대에 대비,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는 한편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재정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감기 등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에 가면 치료비를 많이 부담케 하고 동네의원을 찾으면 치료비를 감면하는 정책을 내 놓은바 있다.

이번 약값 인하 정책과 더불어 약의 과용을 줄이기 위해 동네 의원이 처방약 규모를 줄이면 액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주는 `외래처방인센티브제도’를 병원으로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생활의 주요부분들을 취급하는 정부에서도 조직규모나 기능이 크고 복잡한 부서에 해당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자질구레한 많은 문제들이 늘 생기기 마련이다.

한 때는 의료인이나 약사들이 보건복지부의 주요 위치에 있어 관련 압력단체의 영향으로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약값인하 정책을 보고 여성장관이 섬세하게 보건복지행정을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제약업계의 조직적인 반발을 무릅쓰고 국민 장수시대에 대비키 위해 약값 인하 방침을 내어 놓은 진수희 장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알찬 세부적인 계획으로 정말 국민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흔들림 없는 약값 내리기 정책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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