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악어의 눈물
<대구논단> 악어의 눈물
  • 승인 2011.08.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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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눈물을 흘리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양파를 썰 때나 연기가 눈에 들어갔을 때, 혹은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그 때뿐만 아니다. 인간은 슬플 때나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사람의 눈물은 `자극에 의한 눈물’과 `감정에 의한 눈물’로 나눌 수 있다.

자극에 의한 눈물의 역할은 외부로부터 공격에서 눈을 지키거나 이물질을 흘려 내보내거나 하는 일인데 감정에 의한 눈물의 역할은 그럼 무엇일까? 미국의 화학자 프레이 2세에 의하면 사람이 강한 감정을 가졌을 때는 스트레스가 체내에 화학 변화를 일으켜 눈물의 성분부터 다르다고 한다. 감정이 북받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 펑펑 울고 난 뒤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이유는 이런 성분을 배설했기 때문이다.

감정의 종류에 따라 눈물 성분 또한 달라진다. 화가 났을 때에는 교감신경이 흥분해 눈물의 수준은 적어지고, 대신 염화나트륨 농도가 짙어진다. 짠맛이 더 진하다는 뜻이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산성도가 높아 신맛이 나고, 기쁘거나 감격해서 나오는 눈물엔 약간의 단맛이 난다. 그리고 우리의 눈은 해부학적으로 뇌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반응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얼굴의 표정 중에 눈과 눈물에 영향을 많이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눈의 주위의 표정도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 조력을 한다.

그런데 현실에는 진실 된 감정에 따라 흐르는 눈물이 아닌 거짓 눈물이 존재하기도 한다. 거짓 눈물, 즉, 악어의 눈물이다. 일반적으로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은 위선의 상징이라 하는데 왜 하필 악어의 눈물이 위선의 상징이 되었던 것일까? 이집트 나일 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사실 악어의 눈물은 단순한 반사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악어는 실제로 먹이를 잡아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이는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먹이를 잡아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거짓눈물에 빗대어 쓰기 시작하면서 위선자의 거짓눈물, 교활한 위정자의 거짓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즉, 악어의 눈물은 참회나 슬픔의 눈물이 아닌 지극히 생물학적 구조에 의한 눈물이다.

이렇게 사람은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눈물에서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의 눈물을 흘린다. 정치인과 공직 후보자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 하면 달변이나 자신감이 연상되는 만큼 눈물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실상 정치와 눈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큰 꿈을 꿔온 정치인들은? 고비 때 마다 눈물을 통해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고 상대편을 설득해왔지만 효과가 같지는 않았다. 어떤 눈물은 감동을 줬고, 어떤 눈물은 냉소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우는 걸까? 물론 감정이 복받쳐서 자연스레 터지는 눈물도 있을 터다. 엄청난 책임, 결단이 요구되는 자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계산된 눈물인 경우도 있다. 국민의 정서적 호응을 이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눈물이 전략적으로 비치거나, 위선적으로 여겨질 때는 `악어의 눈물’로도 비유된다. 오늘 또한 한 정치인의 눈물이 과연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는지 심판받는 날이다. 그의 눈물의 성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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