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달려간 남북 정상
<대구논단>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달려간 남북 정상
  • 승인 2011.08.2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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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지금 남북의 두 정상이 모두 초원의 길을 달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은 8월 20일 9년 만에 러시아를 찾아 일주일째 머무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8월 21일부터 몽골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고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남북 정상 모두 시급한 국내 경제 현안 때문에 떠난 방문길이다.

중앙아시아는 21세기 떠오르는 화두이다. 무한한 개발 가능성과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20세기까지 중앙아시아는 세계의 주변부였고 낙후된 오지였다. 21세기에 들어와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자원 위기를 맞은 세계열강들이 앞 다투어 중앙아시아 초원을 찾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장서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세계 역사 속에서 동서 문화가 교류하는 심장부였다. 인류의 역사는 초원에서 시작되었다. 2백만 년 전 까마득한 옛날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호모 에렉투스가 초원의 길을 따라 아시아로 걸어 왔다. 한(漢) 무제(武帝) 때에는 서역을 개척하여 비단길 즉 실크로드를 열었다. 이제 아시아 문화가 초원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

칭기즈칸 때는 몽골제국을 세워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중국과 인도문명을 만났다. 세계가 초원을 중심으로 공간적으로 하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의 문화 예술이 서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알려지면서 문화적으로 하나가 되었다. 몽골제국이 무너진 이후 초원에는 러시아와 터키를 비롯하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수 많은 나라들이 세워졌다.

초원은 마치 아시아 대륙 속의 지중해 같다고 했다. 끝없이 넓은 초원 때문이다. 초원 위를 달리는 말들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와 같았다. 초원의 오아시스 도시는 바다의 섬과 같다. 초원의 특성상 높은 산이나 깊은 강이 없고 바다도 없기에 나라와 민족의 구분이 애매하였다.

농경지대와 달리 초원에는 나라가 세워지기도 어렵다. 늘 이동하는 유목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도시를 중심으로 강력한 영웅이 이끄는 제국이 출현하기는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들의 분열과 대립으로 초원의 국가들은 낙후지대로 남게 되었다. 그동안 유럽은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을 건너 세계로 진출 뒤 5백여 년간 바다를 무대로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중앙아시아 초원으로의 진출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초원의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만주와 한반도에 정착했다. 잃어버린 우리의 무대를 되찾고 싶은 것이 어디 고구려 광개토대왕뿐이었겠는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도 중앙아시아 초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하여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와 몽골을 지나 서아시아에 이르는 `철의 실크로드’가 그 하나이다.

북한의 김정일 역시 러시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남북경제협력이 가장 실속이 있는 해결책이다. 이점은 김정일 역시 간파하고 있는 바이지만 연이은 군사충돌과 대치로 남북 교류의 돌파구를 대체 찾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 내부의 경제 위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중국을 찾았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

김정일은 러시아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떠났다. 중국에서 받지 못한 지원을 얻어내려는 목적이 우선이다. 러시아도 북한과의 관계 강화는 매력적인 일이다. 북한을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오랜 꿈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도 가졌다.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핵문제와 6자회담의 돌파구를 찾은 것 같다.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 철도 건설문제와 러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에도 잠정 합의한 듯하다. 러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게 된다는 것은 세 나라 모두에게 현실적으로 유익하다.

남북 두 정상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초원을 찾았지만 결론은 하나이다. 남북한의 경제교류를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남한에서 시작하여 북한을 거쳐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멀리 서아시아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영원한 꿈인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하고 경제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다. 철도가 연결되고 가스관이 연결되면 막혀있는 남북관계도 시원하게 뚫릴 지도 모른다. 광활한 초원 위에서 민족의 미래를 두고 남북정상회담 한번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것이 소통의 공간인 초원이 주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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