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부덕불(婦德佛), 어디로 가버렸나
<대구논단>부덕불(婦德佛), 어디로 가버렸나
  • 승인 2011.09.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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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대구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1998년 12월, 달성군에서 발간한 `달성문화유적요람’ 제78쪽에는 문화재 `부덕불’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부덕불’은 얼핏 보면 돌부처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바위를 쪼아 만든 부녀상(婦女像)이다.

지금부터 200여 년 전 이곳 논공읍 노이리 갈실에는 함안조씨(咸安趙氏)들이 많이 살았는데, 이 집안 한 며느리는 용모가 뛰어나고 행실도 올발라서 집안의 자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해 돌림병이 돌아 불행하게도 그만 시부모와 남편을 모두 잃고 말았다.

이 며느리는 유산이 넉넉하여 살아가는 데는 별로 걱정이 없었으나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자식도 없고 하여 그저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었다. 그러던 어느 해 이곳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너무나 가물어 논밭의 곡식이 타 들어가고 있었지만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사람들은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다.

이때, 마음씨 착한 조씨네 며느리는 집안의 보물로 가지고 있던 은거울을 내어놓고 고을 원에게 부탁하여 큰 못을 파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땅을 깊이 팠을 무렵 바닥에서 큰 돌이 나왔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큰 돌을 들어내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모두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조씨네 며느리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조씨네 며느리의 착한 행동에 하늘도 감동하여 비를 내렸고, 조씨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숨을 거두었다고 믿었다. 이 비는 며칠을 두고 계속 내려 못에는 물이 가득 차게 되어 그 해 농사는 풍년을 맞게 되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갈실못의 물을 빼내어 논에 물을 댈 때에는 반드시 조씨네 며느리에게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마음씨 착한 조씨 며느리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으면 구렁이들이 물구멍을 막아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사의 뜻으로 못에서 나온 바위로 조씨네 며느리의 모습을 새긴 미륵불을 만들어 못 옆의 산비탈에 세우고 부덕불이라 불렀다. 부덕(婦德)이란 아내 된 여자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로 `효심, 맵시, 마음씨, 말씨, 솜씨’를 말하는데 5덕(五德)이라고도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부덕불이 만들어진 내력에 대해 임진왜란 때 남해안 일대에서 수많은 사람이 노이리로 모여들어 그 수가 차츰 늘어나자 동네의 풍습이 어지럽게 되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 부덕불을 세웠다고도 하였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임진왜란 때 바닷가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이 왜군을 피해 깊은 산골인 노이리 골짜기로 피난을 왔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의 공포가 떠나지 않아 방황하던 사람들이 모인 곳이어서 남녀 사이의 질서가 문란해지자 이것을 바로잡고자 마을 사람들이 부덕불을 만들어 세웠다는 것이다. 부덕불이 세워진 내력이 전자이거나 후자이거나간에 이 조형물을 세운 까닭은 그 가르침을 본받자고 하는데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 8월 말경, 필자는 이 부덕불을 보기 위해 노이리를 찾았다. 갈실못의 또 다른 이름인 노홍지(蘆鴻池) 산기슭을 아무리 오르내려도 부덕불은 보이지 않았다. 못 안골까지 올라가 물어보아도 사람들은 한 결 같이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겨우겨우 한 연세 많은 분을 찾아 여쭈어 보았더니 벌써 몇 해 전에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한밤중에 실어 가버렸다고 하였다.

이런 일이 있나? 안내 책자에는 `노홍지 옆 산기슭에 수수한 차림으로 서 있는 부덕불은 조씨네 며느리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금도 전하고 있다. 높이 97cm, 폭 66cm, 머리 높이 34cm, 머리 폭 22.5cm.’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사라지고 없다니!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어야 하는 법이 아닌가? 설혹 매일 싸움만 하는 자기 집안 여인네들에게 교훈이 되게 하기 위해서 싣고 갔다 할지라도 몰래 함부로 싣고 가면 되나. 모두가 같이 보고 같이 깨달아야 할 문화재를 있던 자리에 두지 않고 함부로 가져갔으니 분명히 도둑이다. 부덕불을 싣고 간 도둑은 어서 빨리 제자리에 다시 모셔놓고 용서를 빌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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