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섭외의 달인
<대구논단>섭외의 달인
  • 승인 2011.09.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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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힘든 이의 고민을 듣고 있자면 이 속담이 생각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 속담을 인용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쟁취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지만, 요즘엔 이 속담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얻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 오히려 “한두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라면, 다른 나무를 찾는 편이 낫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고 한다.

지고지순한 순정파보다 한두 번 도끼질을 해 본 뒤 나무가 꿈쩍도 안하면, 도끼를 버리고 다른 나무를 찾아 떠나는 쿨하게 사랑에 대처하는 것이 대세인가 보다. 그러나 이 대세를 거스르는 이들이 있다.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MBC의 `나는 가수다’, `무릎 팍 도사’, SBS의 `강심장’을 만드는 제작진이다. 그들이 사랑을 얻는 방법 또한 고전적인지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지만, 이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게스트를 섭외하는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끈질긴 구애작전을 방불케 한다.

며칠 전, 1990년대 초 방송 출연을 중단한 가수 조용필이 긴 침묵을 깨고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에 등장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7라운드 2차 경연으로 `조용필 스페셜’을 진행한다. 제작진이 10년 넘게 텔레비전 출연을 하지 않고 있던 조용필을 섭외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월 이후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끈질긴 구애로 섭외를 성사시킨 케이스는 `무릎 팍 도사’에 출연했던 가수 이장희도 마찬가지이다.

제작진은 가수 이장희가 워낙 인터뷰를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섭외하려 노력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LA와 한국 울릉도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날 울릉도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방송 출연을 부탁했다. 가수 이장희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출연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드디어 출연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강심장’은 1인 토크쇼가 아닌 20명이 넘는 게스트가 출연해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집단 토크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왕년의 스타를 모시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법하지만, 제작진의 끈질긴 섭외 노력으로 올 초 MC 자니윤을 출연시키더니, 5년 만에 방송 나들이에 나선 1990년대 하이틴 스타 구본승과 미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한 임상아까지 섭외에 성공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공들여 섭외를 시도해 받아들여진 경우다.

제작진은 처음에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우리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당신을 원하는지’ 최대한 표현한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섭외 대상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면 그들만의 인내와 기다림으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제작진의 마음에 서서히 섭외 대상자도 마음을 열게 된다. 그들의 지고지순한 순정파 전략으로 서로가 통한 것이다.

쉽게 접근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만큼 그들의 노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우리 주변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왕 나무를 찍었으면 열 번, 아니 스무 번이라도 넘어질 때까지 찍어보겠다는 오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나무냐에 따라 넘어질 때까지 들여야 할 노력과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공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이 많을 것 같아 나무가 넘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포기하고 다른 나무를 찾아 나선다. 넘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오기를 갖고 도전해봤더니, 어느 순간 정말 나무가 넘어지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금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나무꾼이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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